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고강도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한미 군당국이 동원하는 공중 전략자산으로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있다. 통상 미국 괌 앤더슨 기지에서 한반도로 급파한다. 최고속도가 마하 1.25에 이르러 괌 기지에서 발진하면 두 시간이면 한반도 상공에 도달한다.
가장 최근은 지난해 8월 한미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야외기동훈련 일환으로 한반도에 전격 전개했다. 당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2차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창기병이라는 뜻의 ‘랜서’ 폭격기는 북한을 떨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다량의 무기를 탑재하기 때문이다. 내부 무장창에 37t, 외부 날개 밑에 24t 등 최대 61t의 폭탄을 싣고 적진 상공을 비행하는 게 가능하다. 또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가 음속을 밑도는 속도로 비행하고 무기 탑재량이 31t에 불과한 데 비해 두 배 수준의 무기를 싣는다는 점에 매우 위협적인 존재다.
스텔스 형상, 적 대공 레이더 탐지 안 돼
무엇보다 장거리 펀치력을 자랑하는 무기를 한가득 싣고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최고의 장점이 있다. 특히 B-1B가 탑재하는 다양한 무기 중 북한이 골치아파할 만한 무기로는 별명에 걸맞게 예리한 장거리 공대지 스텔스 순항미사일 ‘AGM-158A 재즘(JASSM)’과 ‘AGM-158B 재즘의 사거리 연장형(JASSM-ER)’, 장거리 공대함 순항미사일 ‘AGM-158C LRASM’이 눈여겨 볼만하다.
재즘 미사일은 길이 4.27m, 직경 63.5㎝, 날개폭 2.4m로, 최대속도 마하 0.8인 아음속 순항미사일이다. 스텔스 형상으로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아 위협적이다. 최대 사거리는 기본형이 370㎞이지만 개량형(재즘-ER)은 900여㎞로 늘어났다. 450㎏ 탄두를 탑재하지만 철근 콘크리트 관통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PS와 INS(관성항법장치), 적외선 유도 방식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재즘-ER은 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Joint Air-to-Surface Standoff Missile)의 사거리 연장형이다. B-1 랜서 폭격기는 24발을 탑재하고 있다.
재즘-ER은 재즘 순항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개량형이다. 재즘은 길이 4.26m, 날개 너비 2.4m, 동체 너비 63.5cm, 높이 45cm, 무게 1000㎏에 달한다. 탄두는 관통탄두이며 무게는 450㎏(1000파운드)에 이른다. 사거리는 재즘이 370여km다. GPS와 INS유도를 받고 적외선 탐색기를 장착해 목표물에 대한 타격 오차가 3m 내외로 정밀 타격 능력이 가능하다.
여기에 스텔스 형상을 갖고 있어 적의 대공 레이더에 탐지가 잘 안 된다. 날개와 꼬리날개는 접혀있다가 발사한 뒤에 펼쳐진다.
사거리 연장형인 재즘-ER은 재즘과 기체 형상, 크기는 동일하다. 외형만 보고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재즘-ER은 내부 연료통을 더 키우고 터보제트엔진을 효율이 좋은 터보팬엔진으로 교체해 비행 능력을 강화했다. 이 덕분에 사거리가 926km로 늘어났다. 유도방식은 재즘과 같지만 데이터링크가 있어 발사 후에도 경로를 수정할 수 있다. 지상과 해상의 이동중인 표적도 공격이 가능하다.
美, B-2 폭격기에도 ‘재즘(JASSM)’ 탑재
최근에 스텔스형 공대지 순항미사일 재즘(JASSM)은 진일보하고 있다. 서태평양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중국이 미 해군의 본토 접근을 막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하에 항공모함과 이지스구축함 등 해군 함정 숫자를 크게 늘리자 B-2 스텔스 폭격기에 중국군의 방공망 밖에서 중국 해군을 격침할 수 있는 스텔스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블로그 등에 따르면, 미국 방산업체 노드롭그루먼과 미 공군은 B-2 스피릿 폭격기 공격능력 향상을 위해 재즘-ER의 통합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21년 12월 벌인 시험에서는 B-2가 재즘-ER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디펜스블로그는 재즘-ER은 B-2가 목표물이 어느 곳에 있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며 재즘-ER 통합은 이전 무기보다 더 먼 거리를 비행하는 피탐이 잘 안되는 위력 있는 미사일 투하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B-2 스피릿 폭격기는 스텔스 순항미사일 ‘재즘-ER’을 16발 탑재가 가능하다. B-1 폭격기는 재즘-ER을 24발 탑재할 수 있다.
기본형 재즘은 관통폭발 파편형 탄두를 장착한 2000파운드급 무기다. 적외선 시커와 GPS재밍 대응장치가 탑재돼 전천후 주야간 작전을 할 수 있다. 역시 스텔스 설계가 적용된 기체 외형 덕분에 적 레이더가 탐지하기 어렵다. 재즘은 길이 4.27m, 지름 63.5cm, 펴진 날개 너비 2.4m에 총중량은 975kg에 달한다. 탄두중량은 450kg이며 사거리는 370km에 이른다. 탄두중량은 재즘-ER하고 동일하다.
재즘은 하푼 대함 미사일의 엔진(텔레다인 터보제트 엔진)을, 재즘-ER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엔진(윌리엄스 인터내셔널의 터보팬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미사일이지만 정밀도는 매우 뛰어나다. 원형공산오차(CEP)가 3~2.4m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에서 두 공대지 순항미사일은 유사시 북한이 조밀하게 구축한 ‘방패망’인 지대공 미사일 요격 거리 밖에서 북한의 주요 지상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예리한 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중국군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방패’를 뚫기 위한 창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 같은 위력 때문에 재즘-ER을 운용하는 미공군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미 공군은 B-1B 랜서 폭격기, B-52 폭격기, F-15 이글, F-16 파이팅팰컨 전투기에, 해군은 F/A-18E/F 수퍼호넷에 탑재해 운용하고 있다. B-1B는 재즘과 재즘-R을 최대 24발, B-2는 16발, B-52는 12발을 각각 탑재할 수 있다.
중군 견제 위해 주한미군에 10여 발 배치
재즘은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기본형으로 ‘AGM-158A JASSM’가 있다. 사거리 370 km, 미 공군 공대지 순항미사일로 사용된다. 다음으로 ‘AGM-158B JASSM-ER’가 있다. 사거리 930 km, 미 공군 공대지 순항미사일로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AGM-158C LRASM’가 있다. 사거리 930 km, 미 해군 공대함 순항미사일로 쓰인다.
우리 군도 중장기 국방계획에서 2010년 이전에 JASSM 도입사업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개발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재즘 도입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2012년에 JASSM의 수직미익이 왼쪽으로만 접히는 문제 때문에 F-15의 왼쪽 날개에는 JASSM을 장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됐다. 방위사업청이 이에 대해 F-15K의 제작사인 보잉과 JASSM의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에 답변을 요구했지만, 양사 모두 대답을 하지 못해 한국 공군의 도입이 좌절됐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주한미군의 군산 공군기지에 재즘 미사일 10여 발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 370km AGM-158A JASSM, 사거리 1000km AGM-158B JASSM-ER 중에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F-16 전투기에는 재즘 2발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한미군의 조치는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를 직접 선제타격하는 사거리 1000km ‘DF-16 미사일’ 10발로 구성된 미사일 대대를 창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맞대응으로 주한미군에 사거리 1000km ‘AGM-158B JASSM-ER’ 10발이 배치된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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