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간호사 업무범위를 확대에 나서자 의사단체가 "불법 의료행위를 양성화한다"며 날을 세웠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못한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 의해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 범위가 무너지면서 의료 현장이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 비대위의 주장은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과 연관된다. 해당 지침에는 의사 업무 중 간호사들이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위가 명시돼 있다. 일선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장을 떠나면서 간호사들이 면허 범위 외의 업무를 떠맡으며 불법 상황에 내몰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복지부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돌입했는데, 구체적인 기준 없이 기관장의 판단에 맡기는 바람에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보완 지침은 간호사를 숙련도와 자격에 따라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일반간호사'로 구분하고 그에 따른 업무 범위와 교육·훈련 의무를 명시했다. 전담간호사란 특정 분야·업무에 관한 훈련을 받은 간호사를 뜻한다.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의 경우 위임된 검사·약물의 처방은 물론 진료기록이나 검사·판독 의뢰서,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 등 각종 기록물의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응급 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물 투여 등의 업무는 일반간호사도 가능하다.
주 위원장은 "의사들이 의료법에 규정된 의료 행위를 하고 결과가 나쁜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간호사들도 동일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업무 범위 조정에 따른 의료 행위에 대해 간호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없는데 과연 간호사들이 시행하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 확대에 이어 대체 조제 활성화, 해외 의대 졸업생 유입 확대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연일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한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대체 조제 활성화와 해외 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면허 취득 요건 완화는 일부 언론 보도를 지칭한 것인데, 이와 관련 복지부는 "현재 정부가 나서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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