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시장 자유도가 세계 184개국 중 87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6일 발표한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2024 경제자유지수 보고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장은 경직된 근로시간과 고용 규제 등으로 인해 ‘부자유’ 등급 판정을 받았다. 재산권, 기업 환경, 노동시장, 조세, 무역 등 총 12개 항목을 평가한 종합 점수는 73.1점으로 세계 14위를 기록했지만 노동시장 항목은 57.2점으로 12개 항목 중 가장 낮았다. 그만큼 근로시간·채용·해고 등과 관련된 규제가 경직돼 있다는 의미다. 헤리티지재단은 한국 노동시장이 역동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규제 경직성이 존재하며 강성 노조가 기업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낮은 노동생산성, 대립적 노사 관계가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경총의 설문 조사에서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 기업 3곳 중 1곳 이상이 노동시장 구조를 ‘경직적’이라고 평가하고 해고·파견 근로 규제 개선을 비롯한 ‘고용 유연성 제고’를 노동 개혁 1순위 과제로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 비교에서 한국은 2022년 기준 37개 회원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등도 한국 노동시장의 경쟁력이 바닥권이라고 진단했다.
꺼져가는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고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더 이상 노동 개혁을 미뤄서는 안 된다. 틀에 박힌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고 경직된 해고 규제를 완화해야 기업들이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과감한 투자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산업 현장의 법치주의 확립을 토대로 근로 의욕을 꺾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기득권 노조와 야권의 반대에 휘둘려 낡은 규제 사슬을 혁파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이대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 재도약과 미래 세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불굴의 의지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키우는 개혁을 밀고나가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