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을 운영 중인 중소기업 A사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유지하는 데만 1년 수익의 절반이 들어간다. 기업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인증제도지만 군소 업체까지 이 인증을 유지해야 하는지 A사는 의문이 들었다.
#화장품 제조기업 B사는 수출을 하기 위해 국제 인증인 '코스모스(COSMOS)'를 받았다. 깐깐한 기준을 통과했는데, 이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려면 국내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해외에 비해 과도하게 난립해 중소기업의 부담만 키웠던 인증 제도가 대대적으로 정비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257개 법정 인증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정비, 189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A사와 같이 작은 기업들이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감에 따라 이 인증을 받아야 하는 기업의 기준을 연매출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심사항목과 기간도 축소하고 간이심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실효성이 낮은 인증도 폐지한다. B기업의 사례와 같이 이미 국제적으로 코스모스 인증이 통용되고 있으므로, 기업의 국내 인증이라는 이중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천연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 인증은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우리나라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법정 인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총 257개로, 93개의 미국, 40개의 유럽연합(EU), 18개의 중국, 14개의 일본보다 월등히 많다. 한 총리는 “인증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이를 공적으로 확인해줘 소비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술개발과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라면서도 “일부 인증제도는 기존 인증과 중복되거나 실제 현장에서 전혀 활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정부는 실효성이 낮은 24개 인증은 폐지하고 유사·중복 인증은 8개로 통합했으며 66개의 인증은 절차 간소화 및 비용 절감 등의 방법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인증 요건에 부적합한 91개는 'e나라 표준인증'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로 인해 기업의 부담이 연간 약 1527억원 경감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외에 기업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미국과 일본, EU에서 운용 중인 '자기적합성선언(DoC)'를 도입하기로 했다. 제조사가 인증 기준에 적합하다는 점을 선언하고 제품 등의 안정성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후 관리 방식으로 인증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인증기관의 진입도 허용한다. 신제품 출시 등 여러 인증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인증기관을 민간기관으로 확대해 국내 인증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가간 중복 시험인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간 협약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외에 기업들은 공공 조달시장에서의 가점을 바라보고 무리해서 인증을 취득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인증낙찰 가점을 정비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게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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