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국내 증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의 강세 지속이 기대되는 가운데 연휴 직후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비롯한 경제지표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지수는 2일 2615.31보다 5.01포인트(0.19%) 오른 2620.32에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814.77에서 826.58까지 11.81포인트(1.45%) 올랐다. 5~8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조 4677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 4647억 원, 24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4967억 원, 외국인이 452억 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기관은 436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주식시장이 들썩거린 건 PBR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기관 매수세가 몰린 탓이다. 5일에는 미국 금리 상승, 저(低) PBR주에 대한 차익 실현 등으로 한때 1% 가까이 내렸다가 중국 정부의 2조 위안(약 370조 원) 규모 증시 안정화 기금 조성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다소 나아졌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도 늘었다. 코스피 시장의 신용잔고금액은 9조 4510억 원으로 지난해 말(8조 7338억 원) 대비 7172억 원(8.2%)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반도체주를 비롯해 저PBR 종목으로 분류되는 자동차·금융주 신용잔고가 일제히 늘었다.
8일 기준 KB금융(105560)과 신한지주(055550) 등 금융·지주사 신용잔고는 올 들어 각각 113%, 178% 급증했고, 현대차(005380)의 신용잔고(1454억 5000만 원)으로 지난해 말(880억 4000만 원) 대비 65%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으로,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투자 전문가들은 미국의 1월 CPI 발표(13일)가 이번주(13~16일) 증시에 영향을 줄 최대 변수라고 지목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5000포인트까지 다가간 상황에서 CPI 결과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정책도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이 최대 명절인 춘절을 맞아 오는 16일까지 휴장하는 것도 미국 지표의 영향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15일엔 미국의 1월 산업생산·소매 판매 지표가 발표된다.
키움증권(039490)은 다음주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2540~2670포인트로 제시했다. 주가 상승 요인으로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둔화 신호를, 하락 요인으로는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물류비·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 등을 들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증시도 다른 주요국들처럼 위험선호 심리가 유지되는 편”이라며 “주가 바닥 확인 기대로 저PBR주로 쏠렸던 수급이 일정 부분 분산되고 있기는 하다”고 진단했다.
저PBR주 열풍은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좋은 주식을 중심으로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저PBR주의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 종목 가운데 우량주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저PBR 업종이 단기 테마성 상승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 유입과 함께 상승이 재개된 모습”이라며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 정책이 이달 중 구체화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연간 배당 시즌과 맞물려 금융 섹터 내 업종이 상대적으로 편안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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