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2022년 1월 이후 2년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그러나 모든 미국 기업 주가가 사상 최고치는 아니다. 미국 주요 종목들 주가를 직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1월 고점 대비로 살펴본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역시 주도주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등 인공지능(AI) 반도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엔비디아 주가는 2022년 1월 이후 101% 올랐다.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 주가는 114%, AMD는 59% 상승했다. 미국 전체 주가가 이제 전고점 수준을 회복한 동안 이들 주식은 2배 오른 것이다. 이들이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다음으로는 반도체 이외 테크 업체들 주가(소프트웨어 또는 장비)는 엇갈린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면 오라클, 메타, IBM 주가는 지난 2년 전 대비 각각 31%, 8%, 30% 올랐다. 반면 오라클과 함께 닷컴버블 국면을 주도하기도 했던 시스코 주가는 2년 전보다 25% 떨어졌다. 테크라고 해서 모두 오른 것은 아니다. 다만 AI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거나 적용되는 분야에 있는 업체들이 강했다.
셋째는 미국 제약바이오 업체에서 찾을 수 있다. 주가가 업체별로 많이 엇갈린다. 일라이릴리와 머크 주가는 강했다. 둘 다 비만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성공한 업체들이다. 일라이릴리 주가는 2022년 1월 대비 131% 올랐다. 엔비디아를 뛰어넘는 상승률이다. 반면 팬데믹 당시 백신 개발에 주력했던 J&J, 파이자 주가는 2022년 1월 이후 각각 15%, 50% 하락했다.
에너지 업체가 네번째다. 에너지 대표주라고 볼 수 있는 엑슨모빌과 쉐브론 등 전통 에너지 업체들 주가가 강했다. 엑슨모빌은 2022년 1월 이후 48%, 쉐브론은 19% 올랐다.
다섯 번째 특징은 전통 에너지 업체 주가가 2022년 1월 이후 강했던 것과는 달리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기업의 주가는 부진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주요 업체들 가운데 2022년 1월 이후 가장 부진했던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 주가는 2022년 1월 고점 당시 대비 45% 하락했다. 안타깝게도 국내 증시는 미국 2차전지·전기차 쪽에서 힘이 빠지자 미국 증시와의 동행성이 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현재 미국 증시 주도주는 AI 반도체, 일부 소프트웨어 테크, 신약개발 제약업체, 에너지 등이다. 반면 최대 낙폭과대주는 전기차와 코로나 백신 업체들, 일부 소비재 업체들이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국내 증시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반도체 업체들에 비해 못하지만 국내에서도 AI 반도체와 관련 SW업체들 주가가 좋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의 상대적 부진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주식시장이 더 힘을 내기 위해서는 전기차·2차전지 업체들 주가가 안정을 찾을 필요가 있다. 테슬라가 2년 전보다 45% 이상 떨어졌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나, 이미 절반 가까이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라면 역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하방 위험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