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선거제 관련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겠다는 계획이지만 명분과 실리를 둘러싸고 의견 차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정의당 등 진보 진영의 소수 정당도 이재명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가능성을 제기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3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병립형 회귀 시사 발언과 관련해 “우리가 오랫동안 지향했던 가치와 배치되는 결정을 하거나 시민사회의 기대를 저버렸을 때 승리로 갈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승부와 관계없이 약속을 지키는 것을 국민들이 더 바랄 것”이라며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하는 준연동형제의 유지가 지금 시대의 요구에 더 맞다”고 덧붙였다.
비명계로 불리는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병립형 회귀’ 반대 목소리도 이어졌다. 조응천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22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선거의 유불리에 따라 병립형으로 회귀할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결국 약속을 뒤집는 것이고 명분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소탐대실”이라고 비판했다.
현실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석열 정권 중반부와 함께 맞이하는 22대 국회에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과반 의석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계파 색이 옅은 전재수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상적 모델인 연동형만 고집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고민이 있다”며 “현실적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등 진보 4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은 이날 본회의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병립형 개악 시도 규탄 대회를 열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병립형 선거는 소수 정당뿐만 아니라 제2당에도 불리한 제도”라며 “양강 구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1당에게 모두 몰아주는 병립형은 더 이상 성립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제 의견 조율에 돌입했다. 하지만 결론 도출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에서)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선거제와 관련된 의견을 폭넓게 듣고 이후 여야 협상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방향을 잡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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