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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한화 이글스와 대전혁신도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네에 나가보면 ‘그래도 조금씩 돈이 돌기 시작한다’는 말씀들을 하신다. 긴 겨울 같았던 지난 내란 정국에 비하면 말이다.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중단됐던 지역화폐 발행이 재개되고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덕이 크다. 대전 경제의 활력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선전이다.

흔히 부산이나 대구를 야구의 도시, 야도(野都)라 부른다. 하지만 이글스도 오랜 세월 대전 시민들에게 정서적으로 깊은 영향을 미쳐왔다. 이 덤덤한 사람들은 이어지는 승세를 반기면서도 ‘더위가 가면 기쁨도 함께 사라져버릴까’ 하는 아찔한 도파민에 동시에 빠져 있다. 경기 당일 야구장 인근 상권은 매출이 평일에도 주말 수준까지 치솟는다. 경기장 소재지 지역화폐의 이용자와 소비 실적은 각각 3배, 12배 가까이 급등했다. 지역화폐 발행 및 인센티브 확대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도파민만으로 지역 경제를 유지할 수는 없다. 준비된 민생 정책에 기대하지 않은 호재가 만나면서 모처럼의 활력을 만들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원도심 민생 경제 활성화는 쉽지 않다. 미국 케너소주립대의 J C 브래드버리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프로스포츠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효과는 대체로 제한적이다. 경기장 주변 일부 상권에서는 소비와 매출이 늘어나지만 이는 새로운 수요 창출보다는 기존 지출의 재배분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야구장에 몰린 지출이 영화관, 외식업 등 다른 업종의 소비를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모처럼의 경제 활력을 지속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갈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지방자치단체와 지난 정부의 정책은 근시안적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전 원도심을 혁신도시로 지정하고 공공기관 이전 절차를 진행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후 절차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지방시대위원회로 명칭만 바꾸고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했다. 중앙정부를 독촉해야 할 대전광역시 역시 공공기관 이전 부지를 아예 지정하지 않았다. 같은 국민의힘 광역지자체장들에 비해서도 유독 진도가 늦는 상황이다.

대전시는 이번 주말부터 ‘0시 축제’를 개최한다. 원도심 일대를 8일 동안 전면 통제하고 각종 부스 행사와 연예인 공연 등을 진행하지만 한증막 같은 더위에 세금만 불태워버리는 일시적인 행사성 축제 말고 다른 행정은 왜 상상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갑갑함이 뒤따른다. 교통과 일상 통제, 소음과 건강 훼손 등 부정적 외부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땡볕 축제’는 오히려 간신히 돌아온 활력을 끌어내릴 공산이 크다.

이재명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 김윤덕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정부의 빠른 진행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방정부의 준비도 중요하다. 지자체가 분명하고 현실성 있는 청사진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지역끼리 싸움만 실컷 하다가 뚜렷한 성과 없이 시간만 허비할 수도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최근 혁신도시 지구 한가운데에 자택을 신축했다. 집터를 찾는 만큼이라도 공공기관 이전 부지를 찾는 일에도 열심히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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