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론’을 내세워 편 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7일과 28일 조세소위원회에서 정부의 2023년 세법 개정안을 논의한 뒤 이르면 30일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안은 중소기업 가업 승계 때 최저세율 10%의 적용 구간을 재산가액 60억 원 미만에서 300억 원 미만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또 정부는 결혼 자금에 대해 1억 5000만 원씩 양가 합산 최대 3억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세제 완화 효과가 불확실하다면서 ‘부유층 가구를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안은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가혹한 상속세를 찔끔 완화한 데 불과하다. 현행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최대 주주 보유 주식 상속 시 적용되는 할증을 더하면 최대 60%로 세계 1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14.5%의 4배 수준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14개국에 이른다. 물론 부의 재분배나 복지 재원 마련, 기회 균등 등을 위해 상속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상속세는 징벌세에 가까워 경제 전반에 끼치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설립 30년 이상 기업의 대표 중 절반 이상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폐업·매각 등을 고려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저출산 극복과 내수 활성화 측면을 감안한다면 결혼 자금 증여세 완화를 ‘부의 대물림’으로 치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 세제 개편 작업을 총선 득실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결혼 자금 증여세 완화에 대해 청년 세대의 표심을 의식해 오락가락 눈치를 보더니 뒤늦게 공제 조건을 ‘혼인’에서 ‘출산’으로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거대 야당이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국민 갈라치기를 통해 표를 얻으려 하지 말고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세제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 또 정부와 정치권은 불합리한 상속 세제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재정비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