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산책 중 시비를 걸어요. 물건을 던지거나 때릴 듯이 위협해서 경찰을 부른 적도 있어요.”
“복날에 보신탕을 끓여 먹어야겠다고 하거나 개 키우지 말고 결혼해서 애나 잘 키우라는 식의 폭언은 일상입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인구가 1000만 명까지 늘면서 관련 범죄도 잇따라 증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반려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일부 시민들은 산책 중인 견주를 이유 없이 공격했다가 법정에 서는 경우도 많았다.
7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반려견과 산책하던 중 견주가 행인으로부터 폭행·욕설 등을 당해 재판까지 간 경우는 모두 17건에 달했다. 대부분이 특별한 사정 없이 강아지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견주에게 시비를 걸었다. 실제로 20대 여성 A 씨는 4월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중 일면식도 없는 행인 B 씨에게 약 81㎝ 길이의 나무 막대기로 얼굴과 머리를 두들겨 맞았다. B 씨는 A 씨를 때린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고 9월 서울북부지법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50대 여성 C 씨도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 그는 부산진구의 한 도로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던 중 행인 D 씨와 시비가 붙었다. 이에 C 씨가 도망가려고 하자 D 씨는 C 씨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했다. 재판으로 넘겨진 D 씨는 업무 방해 등 혐의가 추가돼 부산지법에서 징역 1년에 벌금 10만 원의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 같은 사건 대부분이 법원까지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고 경찰 출동 단계에서 종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사건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견주들 중 일부는 ‘산책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형견을 키운다는 박 모(31) 씨는 “취객이 반려견한테 달려들어 크게 다칠 뻔한 상황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한 적 있다”면서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이후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시간대에 산책을 나가거나 유동 인구가 적은 거리로만 다니는 등 행인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호신용품을 들고 다니는 견주도 있었다. 대학생 박 모(23) 씨는 “우리 강아지가 까매서 안 보였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다는 이유로 크게 시비가 붙은 경험이 있다”면서 “경찰을 부른다고 하더라도 그 전까지는 스스로 몸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호신용품을 구비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김 모(27) 씨는 변호사를 찾아 법률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강아지와 산책할 때 기분 나쁜 일을 계속 겪다 보니 이제는 법적으로 대응하고 싶어 방법을 찾아봤다”면서 “목격자 진술, CCTV 영상 등 증거가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현재는 산책을 갈 때마다 꼭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 증거를 남긴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응답한 가구 비율은 25.4%로 약 1306만 명이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약 987만 명(75.6%)이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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