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처리하며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으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권력 서열 3위의 하원의장 해임안이 발의되는 등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혼돈이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해온 미국의 국제적 신뢰도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상원의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법안을 상원 주도로 조속히 재발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앞서 미 의회가 셧다운을 모면하기 위해 통과시킨 임시 예산안에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했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액 240억 달러(약 32조 6040억 원)가 통째로 빠진 데 따른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중단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 처리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셧다운 위기를 조장한 공화당 ‘강경파’를 정면 겨냥해 “나는 벼랑 끝 전술이 지겹고 지쳤다”면서 “(정치적) 게임을 그만하고 이제 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음 달 중순 이전에 협상에 나서야 할 공화당 내부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이날 같은 당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축출하기 위한 ‘의장직 사퇴 동의안’을 발의했다. 매카시 의장이 강경파가 요구해온 정부 지출 삭감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임시 예산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공화당은 미 국경 보호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과 관련해 매카시 하원의장과의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점도 공화당 강경파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다음 협상 때 매카시 의장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관해 (합의를) 하나 맺었다. 그러니 두고 보자”고 했다.
이에 따라 하원에서 매카시 의장의 거취가 확정된 후에야 미 정치권의 우크라이나 지원 논의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의장 해임 결의 가결 정족수는 단순 과반(218명)으로 공화당 강경파에 더해 민주당이 매카시 의장 해임에 가세할 경우 가결될 수 있는 구조다. 로이터통신은 민주당 내 움직임과 관련해 “‘매카시 의장을 지원해야 한다’ ‘공화당 온건파와 힘을 합쳐 공화당 소속의 새 하원의장을 뽑아야 한다’ ‘아예 민주당 소속 하원의장을 다시 뽑자’ 등의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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