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마약류 소지 사범을 기소하면서 정확한 날짜를 특정하지 못했더라도 적법한 공소제기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7일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여러 차례 필로폰과 대마를 소지·흡연·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치료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2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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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나머지 범행은 인정하면서도 공소사실 중 '2021년 11월 하순 오후 8시경 대구 모 아파트 불상의 호실에서 필로폰 불상량을 소지했다'는 부분은 부인했다. 자신이 해당 일시·장소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사실이 없을 뿐더러 공소사실이 충분히 특정되지 않아 위법한 공소제기라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가 공소장에 공소사실을 적시할 때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해 사실이 특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소사실이 충분히 특정되지 않으면 법원은 공소를 기각한다.
대법원은 그러나 검사의 공소제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제보자 진술 외에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마약류 소지 범죄의 특성에 비춰 그 범죄 일시를 일정한 시점으로 특정하기 곤란해 부득이하게 개괄적으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범행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제보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 그 일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어 "해당 부분은 범행 장소의 적시를 통해 다른 범죄사실과 구별될 수 있고 그 일시가 비록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여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제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범행 추정 시기 A씨의 발신기지국 위치가 해당 아파트 부근으로 확인되는 점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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