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로 되레 중국이 최초로 자국산 반도체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노광 장비를 개발하는 데 추진력이 붙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주 중국 증권일보에 따르면 국영 반도체 기업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는 연말까지 자체 생산한 28나노 노광장비 SSA/800-10을 납품할 예정이다. 노광장비는 빛을 이용해 반도체 칩에 회로를 새기는 데 필수적이다. 중국의 거의 유일한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사인 SMEE는 미국·네덜란드·일본 등이 잇달아 대중국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한 뒤 마지막 희망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해당 보도가 사실이면 서방의 고강도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한 발짝 다가간 중대한 성과다.
다만 SMEE가 개발한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와 네덜란드의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사인 ASML이 독점 생산 중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간에는 여전히 10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EUV 구매 길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 7㎚ 이하 초미세 회로를 새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미국 등이 다음 달부터 수출 제한 품목을 EUV 장비에서 구형 DUV 장비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나온 이번 성과는 매우 유의미하다고 SCMP는 평가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도 “미국 주도의 탄압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자국산 장비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게다가 중국 기업들 대부분은 비싸더라도 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 수요 증가와 성능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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