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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콜라 속 '아스파탐' 공포 커지는데…손에 든 스마트폰이랑 동급?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WHO, 잠재적 발암물질 확인

김치·피클과 같은 '2B군' 분류

시판 의약품 688개 제품 함유

함량 1% 미만 금지 가능성 낮아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로 칼로리 음료수들. 연합뉴스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소식에 온 세상이 뒤숭숭합니다. 지난달 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의 잠재적 발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게 발단인데요.

WHO는 오는 14일까지 식품첨가물 전문가회의(JECFA)와 함께 아스파탐의 일일 섭취 허용량 등 안전 소비기준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현재로서는 IARC가 정한 4가지 범주 가운데 ‘인체발암 가능물질(2B군)’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WHO 조치에 따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아스파탐 허용 및 사용량 기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평가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입니다. 일부 제콜라와 막걸리 등 음료부터 과자, 중국산 김치 등 식품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다 보니 전 산업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설탕이나 칼로리를 ‘0’으로 만드는 ‘제로(zero)’ 열풍이 확산하던 터라 파장이 더욱 큰데요. 발 빠르게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제품을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는 업체도 등장했습니다. 제약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극미량이지만 어린이 시럽처럼 물 없이 복용하는 일부 의약품에서 약물 특유의 쓴 맛을 가리기 위해 아스파탐을 첨가하고 있거든요. 식약처 허가 이력이 있는 의약품 중 905개 제품에 아스파탐이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는데 현재 시판 중인 제품으로 국한할 경우 688개 제품이 영향권에 듭니다. 의약품의 경우 아스파탐 함량이 전체 성분의 1% 미만이어서 안전관리 기준이 강화되더라도 사용 금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지만 관련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 보입니다. 약효나 안전성과 무관한 첨가제일 뿐인 데다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물질을 계속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인데요. 별도로 비교 시험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변경 허가를 위한 행정절차만 밟으면 되는 상황이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업체들간 눈치를 보는 분위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에도 IARC의 발암물질 지정으로 전 세계가 큰 논란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햄, 소시지 등 만인의 사랑을 받는 가공육이 인체발암물질인 1군, 쇠고기를 비롯한 적색육이 인체발암 추정물질인 2A군으로 지정됐거든요. 당시 WHO는 매일 가공육을 50g, 적색육을 100g 섭취할 경우 대장암 발병 위험도가 각각 18%, 17%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혼란이 커지자 식약처는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섭취량이 가공육 6.0g, 적색육 61.5g 수준이어서 우려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작정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입장만 취했던 건 아닙니다. 2009년 존슨앤드존슨(J&J) 베이비파우더의 탈크 성분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되면서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었던 적이 있는데요. 정제(알약)를 제조할 때 타정기에서 잘 미끄러져 나올 수 있도록 돕는 활택제 용도로도 탈크가 사용된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의약품의 경우 극미량만 첨가되기 때문에 원료가 대량 포함된 화장품 파우더와 엄연히 달랐지만 당시 식약처는 무려 120개 업체 1122개 품목에 대해 판매금지와 회수 조치를 내렸습니다.



현 시점에 유념해야 할 사항은 IARC의 발암물질 분류 기준이 ‘발암 위험성’이 아닌 ‘발암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라는 사실입니다. 어감상 1군이 2A나 2B군보다 위험한 것처럼 여겨지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올해 5월 기준 IARC의 발암물질 목록에는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밝혀진 ‘인체발암물질(1군)’ 126종을 비롯해 암을 유발할 개연성이 높은 ‘인체발암 추정물질(2A군)’ 94종,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인체발암 가능물질(2B군)’ 322종, 발암성을 분류할 수 없는 ‘발암 비분류 물질(3군)’ 500여 종이 올라 있습니다.

아스파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2B군에는 김치·피클 등 절임 채소류와 고사리·알로에베라·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자파 등도 포함되어 있죠. 밤샘·야근·교대근무는 2A군으로, 인체 유해성이 익히 알려진 술(에탄올)·담배를 비롯해 젓갈(중국식)·방사선·햇빛 등이 1군으로 분류되어 있기도 합니다. 유해성이 확인된 만큼 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만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IARC의 발암물질 분류는 어디까지나 현 시점의 근거가 기준이라 가변성도 있습니다. 실제 IARC는 1990년 커피를 인체발암 가능물질(2B군)로 분류했는데 2016년 새로운 연구 결과에 근거해 2B군에서 커피를 제외시켰죠. 당뇨병 환자 등 설탕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아스파탐 등 대체감미료의 혜택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WHO가 아스파탐에 대해 어떤 평가 결과를 들고 나올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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