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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석달만의 증권채…KB證 3000억 수요예측 '흥행'

현대차證 미매각후 자취 감추더니

2년·3년물 금리 4.3%~4.4% 예상

AA급 공모채 투심 회복세도 한몫

4600억까지 늘려 채권 발행 가능





KB증권이 30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증액 목표치를 뛰어넘는 매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차증권(001500)의 수요예측 미매각 이후 공모채 시장에서 3개월 넘게 자취를 감춘 증권채가 최근 우량 등급 회사채들의 인기를 타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AA+)은 이날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2년물(1500억 원)에 2700억 원, 3년물(1500억 원)에 2600억 원 등 총 53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KB증권은 희망 금리로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다. 그 결과 2년물은 12bp, 3년물은 14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2년물과 3년물 민평금리가 16일 각각 4.206%, 4.295%여서 최종 조달금리는 각각 4.3%대, 4.4%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예측 성공으로 KB증권은 26일 최대 4600억 원까지 증액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조달 자금은 3200억 원의 채무를 갚는 데 투입된다. 지난해 말 6개월 만기로 빌린 기업어음(CP)과 3~4월 조달한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 채무다. KB증권은 지난해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한 차례도 공모채 발행을 하지 못해 이번 발행으로 자금 조달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의 회사채가 시장의 관심을 모으면서 그간 냉랭했던 증권채 투심에도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1월 말 KB증권은 증권사들 중 처음 회사채 수요예측(3000억 원)에 나섰는데 1조 2000억 원을 모으며 연초 증권채 흥행의 신호탄을 올렸다. 연초 효과와 금리 정점론에 힘입어 키움증권(039490)대신증권(003540)·미래에셋증권(006800) 등도 흥행 기록을 이어갔다.

상황은 2월 말 반전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삼성증권(016360)과 하나증권이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 조건을 맞출 수 있었고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현대차증권은 3월 초 실시한 1000억 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까지 덮쳐 증권채는 자취를 감췄다.

업계에서는 최근 신용등급 AA급 우량채를 중심으로 공모채 시장의 투심이 회복세를 보인 것도 증권채 발행 확대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둔 한국금융지주(071050)가 20일 1300억 원 조달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준비 중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증권 업계가 여전히 부동산PF 리스크에 노출돼 있지만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졌고 최근 우량채에 대한 수요도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달금리는 코로나19에 따른 초저금리에서 적잖이 높아져 비용 부담은 커지게 됐다. KB증권은 2020년 1300억 원(3년물)을 1.544%로 조달했으나 지금은 300bp 가까이 높아진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KB증권이 이번에 5년물 없이 2년물과 3년물로만 트렌치 구성을 한 것도 중장기적 금리 하향 관측 속에 금융 비융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광열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금리가 최근 상승해 차환 부담이 존재한다”며 “기업들이 현행 높은 금리로 차환할지, 상환 후 추후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지 고민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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