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노동조합 회계자료가 사실상 증시 상장사처럼 관리된다. 노조는 회계 자료를 공시하고 노조원이 원하면 노조 회계를 회계사가 감사해야 하는 식이다. 노동계는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내놓은 정책이라며 반발한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15일 이같은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는 정책화 단계다. 정부는 8월 두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고 “개정안의 핵심은 회계 투명성을 높여 노조의 대내적 민주성과 대외적 자주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노조는 본연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신뢰받는 노동운동을 펴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그동안 노조 회계를 감사했던 회계감사원의 전문성 제고다. 개정안은 회계감사원의 자격 요건을 만들어 재무나 회계 업무 경력자가 되도록 했다. 또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할 경우나 조합원 3분의 1이상 요구 시 회계사나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할 근거를 담았다.
회계 결산 결과도 촘촘하게 관리된다. 노조는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 조합원이 결과를 알 수 있도록 공표해야 한다. 또 매년 4월30일까지 고용부가 운영하는 공시시스템에 결산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이를 어기는 노조에 대한 사실상 제재안도 마련된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노조 또는 산하조직을 대상으로 회계 공시시스템을 이용할 때만 조합비 세액공제를 하도록 했다. 조합비라면 조건 없이 세액공제 혜택을 주던 현행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번 대책에 대해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고 세액공제 제한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제1노총인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법과 제도를 도입할 때 영향을 받는 당사자와 토론회나 공청회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조합원 알권리 보호가 아니라 노조 망신주기가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시시스템에 불응하면 세제 혜택을 없에겠다는 것은 반발만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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