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할 권리조차 주장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의외로 돈이 인생을 정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므로 언제든 돈을 모으고 불리는 고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경제적 자립은 네가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한 주춧돌을 세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딸아, 돈 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 중)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이지만 엄마가 아직 어린 딸을 위해 건네는 충고라는 걸 알게 되니 새삼 무게감이 다르다. 게다가 그 엄마가 투자금융 업계에서 22년간 잔뼈가 굵은 현직 애널리스트라면 말이다.
책을 쓴 박소연(사진) 애널리스트(신영증권 투자전략 담당)는 “재테크를 못하는 이유가 돈을 굴리고 불리는 방법을 몰라서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사실 그보다는 돈을 모아야겠다는 결심이나 의지가 부족해서인 경우가 더 많다”며 “특히 젊은 여성들은 자산 형성을 중요한 일로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돈 공부의 중요성을 알리고 돈 공부를 결심하게끔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애 첫 책을 쓰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경제 지식과 글솜씨를 겸비한 애널리스트로서 예전부터 출간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내가 책을 낼 깜냥이 될까” 싶어 지금껏 주저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흔여섯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나이에 도착한 순간 이제는 책을 써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마흔여섯이라는 숫자가 제게는 어떤 관문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그 나이를 넘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는데 무사히 넘고 나니 어떤 통과의례를 치른 것 같은 기분도 들었죠. 열심히 살았으니 ‘투자 대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껏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그렇게 부끄러운 수준은 아니겠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로서 건넬 말은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반생을 돌아보며 써내려간 기록에는 돈과 인생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색다른 조언들이 가득하다. 예컨대 여의도 생활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부자들의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는 어떨까. 그는 “리스크(위험)와 리턴(수익)이 동전의 양면이라고 하지만 부자들은 리스크와 리턴이 비슷한 상태일 때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며 “엄청나게 공부하고 충분히 기다려서 리스크는 거의 없고 리턴은 압도적으로 큰 ‘컨빅션 바이(매수 확신)’의 순간에야 비로소 투자를 하는 것이 부자들의 투자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자들은 분산 투자를 잘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한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기에 정확하게 아는 분야에만 집중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경제 전문가로서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경제 지식도 빼놓지 않았다. 인플레이션·환율·금리 등 진짜 반드시 꼭 알아야만 하는 경제 지식만을 추리고 추려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번 고쳐 썼다. 시장이 좋을 때건, 나쁠 때건 언제나 적용할 수 있는 돈의 심리학과 실전 투자 원칙 등도 꼭꼭 눌러 담았다.
특히 저자는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안경을 쓰기도 전 시세부터 들여다보는 삶을 22년째 이어가고 있는 직장인 선배로서 딸을 포함한 여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많이 썼다고 했다. 그는 “나도 20대 후반까지 진로나 삶에 대해 고민이 아주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고민하고 있을 게 아니라 뭐라도 했더라면 더 좋았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어쩌면 삶의 비용이 될 수 있는 그 고민의 시간을 줄여주고 싶어 초년생 시절의 좌충우돌도 솔직히 썼다”며 웃었다.
“제 책 표지를 보면 여성이 머리를 묶고 있어요. 왜, 여자들은 어떤 결심을 하고 시작을 할 때 머리부터 묶는 경우가 많잖아요. 누구나 살다보면 힘든 일도 생기기 마련이고 때로는 실패도 하겠지만 결심을 하고 용감하게 맞서는 순간, 그때부터 문제는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마흔이 넘은 여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자산’을 만들지 못한 것이라고 합니다. ‘나는 원래 투자를 못해’라고 단정하기보다 머리 한번 질끈 묶고 돈 공부를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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