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 창업주 체제에서는 디지털 전환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고 대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결국은 사모펀드(PEF)가 (중소·중견기업을) 인수한 후 변혁해야 합니다.”
강민균 JKL파트너스 대표 겸 PEF협의회 회장은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혁신과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제9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거시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디지털 전환은 필수 불가결하며 최근 챗GPT(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입은 우연이 아닌 시대적 요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영권 거래를 주요 전략으로 삼아온 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의 강 회장은 기업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창업 1세대는 경제 성장 시기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기업을 키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창업 2세대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하며 이를 위한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매각하려는 수요가 높다”고 밝혔다. 막대한 투자금을 보유한 PEF가 기업의 변화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하고 성장의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다만 PEF 운용사를 창업한 강 회장도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PEF 운용사가 디지털 전문가를 상시 보유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좋은 인재를 파악하고 있고 이들을 투자 기업에 투입해 역량을 높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동성 축소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 역시 PEF의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기존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출)은 매우 과학적인 변수로 책정했지만 금리 인상은 투자 원가를 높이고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를 떨어뜨렸다”며 “변화된 시대에 변화된 눈높이로 밸류에이션을 바라봐야 하며 거시경제부터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 하나하나를 따져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던 마켓컬리가 상장 철회 후 1조 원으로 떨어지는 현실을 시장의 각 주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PEF가 첨병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강 회장은 PEF 운용사가 새로운 먹거리인 사모 대출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경영권을 거래하던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의 투자 영역에 제한이 풀리면서 IMM·글랜우드·VIG·스틱인베스트먼트·JKL등이 사모 대출 전문 운용사를 만들었다. 다만 그동안에는 저금리 기조로 기업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 대출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사모 대출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PEF 운용사 대표도 강 회장의 지적에 공감했다. 그는 “금리가 인상되고 기업들이 기존 금융기관을 통한 여신 확보가 제한되면서 사모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대기업과 장기간 중금리 투자가 가능한 대형 운용사 간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소개했다.
강 회장은 국내 PEF를 대표해 정부 및 금융 당국과 M&A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협의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강 회장은 “정부가 M&A 과정에서 상장사 주주 권익 확보를 위해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기존의 낡은 규제를 손질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역설했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도 소개했다. 상장사 경영권 인수를 위한 의무 공개 시점을 유예하고 현재 95%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가능한 강제 상장 폐지 지분율 요건을 완화하도록 한다는 게 한 예다. 특히 PEF협의회는 지분을 매수할 소수 주주가 연락이 닿지 않으면 법원에 매수 대금을 공탁할 수 있는 절대적 불확지 공탁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외에 국회 정무위원회가 내부자 지분 거래 사전 공시 제도를 도입할 때 기관투자가의 시간 외 대량 매매나 대규모 거래(블록딜) 등은 제외하도록 건의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본래 목적은 지키되 대규모 거래 과정에서 정보 공개를 꺼리는 대형 기관투자가의 특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다. 강 회장은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와 금융 당국 모두 자본시장 현장의 목소리를 잘 알고 경청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전망이 밝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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