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 지역의 조합장을 뽑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위법 행위가 난무하는 과열·혼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개별 조합별로 달랐던 선거 절차와 사무를 2005년 산림조합을 시작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면서 선거 부정은 줄었지만 금품과 향응이 오가는 선거 풍토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8일 실시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는 농협 1115개, 수협 90개, 산림조합 142개 등 전국 1347개 조합의 대표자가 선출된다. 조합별로는 농협의 선거인 수가 165만명으로 가장 많고, 산림조합 25만명, 수협 12만명 순이다.
공식적인 선거 운동 기간은 지난달 23일부터 선거 전날인 7일까지다. 하지만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도 전 위법 행위가 167건이 적발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 지역 조합장이 가지는 권한과 위상이 여전하다 보니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음해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가장 많은 위반 사례는 금품 및 향응 제공이다. 419명이 출마해 평균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경기도에서는 선거가 임박해 오면서 고발과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파주시의 한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A 씨는 조합원 160여 명에게 730만 원 상당의 사과 선물을 돌리다 적발됐다. A 씨는 지난해 6월 조합원이 참석한 행사에서 160만 원의 찬조금을 낸 혐의도 받고 있다.
안양시선관위는 후보자 B 씨가 지난해 9~12월 조합원 24명에게 192만 원 상당의 생일 축하 화환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안산시에서도 조합원 2000여 명에게 특정 입후보 예정자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인쇄물을 우편 발송한 C 씨가 경찰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지난 설을 전후해서는 조합원들에게 선물세트를 돌렸다가 적발된 사례가 부산과 대구, 충북, 충남, 경북,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나왔다. 전남도의 한 현직 조합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합원에게 현금 2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광주시에선 집과 비닐하우스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다 경찰에 고발됐다.
세종시에서는 조합장이 2019년부터 최근까지 조합 경비로 조합원에게 무통장 입금을 하거나 현금을 직접 제공하는 방법으로 2270만 원의 축·부의금을 자신의 직명과 성명을 밝혀 제공한 혐의로 고발됐다. 경남도에서는 조합장 선거 불출마를 대가로 입후보 예정자에게 1억 원의 금품을 제공하려한 현직 조합장 등 2명을 후보자 매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말 기준 조합장 선거 관련 위법 행위 조치 건수는 전국적으로 300여 건에 이르고 이 중 80%가량이 불법 기부 행위였다. 후보자가 금전·물품·향응 등을 조합원에게 제공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돈을 받은 사람도 받은 금품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 다만 금품 수령자가 자수한 경우 최대 50배 이하 부과되는 과태료를 감경·면제하고 위반 행위 신고자에게는 최대 3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선관위는 3월 8일 선거일이 임박함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선거일까지를 ‘돈 선거 척결 특별 단속기간’으로 지정하고 선거 막바지 특별 단속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특별 관리지역에는 단속 전문인력을 배치해 현장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선거일이 다가옴에 따라 돈 선거를 비롯한 각종 탈·불법적인 선거 양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감시·단속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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