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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부결’ 덫에 갇힌 HD현대중공업 임금협상

노사 마련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 부결…지부장 단식에도 협상 원점

조선 호황에 회사 ‘파격 제안’…조합원 “어려울 때 못 받은 것 다 받아야”

10년 간 첫 잠정합의안 부결, 재협상 반복…‘기계적 부결’ 고리 못 끊어

HD현대중공업 노조가 22일 울산 노조 사무실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개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의 2025년 임금협상이 끝내 좌초했다. 이번 부결은 단순한 협상 결렬 이상의 심각성을 내포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측이 ‘통 큰 결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강성 조합원들의 ‘반대 선동’과 조합원들에게 깔려있는 ‘기계적 부결’이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노사는 2015년까지 대부분의 협상을 한 번의 합의로 마무리 지었으나, 이후 10년은 매번 첫 잠정합의안을 거부했다.

HD현대중공업 노사 등에 따르면 22일 열린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6551명 중 6193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2203명(35.57%), 반대 3949명(63.77%)로 부결됐다.

올해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13만 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격려금 520만 원, 특별인센티브 약정임금 100% 등 역대급 처우 개선을 담고 있었다. 회사 측은 “조선업 호황의 과실을 나누고, 노사 신뢰를 회복하려는 전향적 의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임금 인상이 부족하다”, “어려울 때 못 받은 것 이번에 다 받아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지역 상공계에서는 조합원들의 과도한 요구가 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조선업이 호황을 맞은 건 사실이지만, 중국과의 수주 경쟁 심화 등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서 상시적인 기본급 대폭 인상 요구는 기업의 부담을 무시한 요구다”는 것이다.



노조 집행부도 연말 새 집행부 선출을 앞두고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협상이 원점으로 회귀하면서, 교섭 타결을 위해 단식을 실시한 노조 지부장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잠정합의안 마련을 위해 이미 한 차례 단식 농성을 벌이며 건강을 소진한 그가, 이번 부결 사태로 인해 또다시 극한의 투쟁 방식인 단식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합 내부의 강경 여론을 다독이고 협상을 재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과 심리적 압박감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HD현대중공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울산 동구 지역 경제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타결 소식과 함께 지급될 격려금이 지역 상권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협상 장기화는 곧 소비 위축과 상권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지역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사가 고심 끝에 마련한 안이 부결돼 안타깝다”며 “교섭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업 호황이라는 훈풍 속에서도 ‘기계적 부결’이라는 악습이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기업과 노동자는 물론, 울산 산업 생태계 전체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상공계 관계자는 “지금이야말로 눈앞의 이익을 넘어, 무엇이 진정으로 전체 노동자의 미래를 위한 길인지 노조 스스로 성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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