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재개발로 꼽히는 한남3재정비촉진구역(한남3구역) 사업이 관리처분 승인 및 이주를 앞두고 암초에 부딪혔다. 상가 조합원들이 ‘조합원 분양가가 당초 안내보다 현저히 높다’며 제기한 관리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그간 예상했던 연내 이주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남3구역 정비사업조합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한남3구역 조합원 11인이 제기한 ‘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17일 일부 인용했다. 한남3구역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원에 아파트 5816가구(임대 876가구)를 짓는 총사업비만 8조 3000억 원 규모의 역대급 재개발 사업으로 그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으나 2021년 선거를 통해 새 조합이 들어선 후 속도전을 벌여왔다.
한남3구역 조합은 지난해 7월 15일 임시총회를 열고 관리처분계획안을 결의했다. 용산구청은 3월 중 관리처분 인가를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상가 조합원들의 가처분 신청이 전격 인용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조합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공유받았다”며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인가를 내줄 수 없다. 해당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최대한 소송 당사자들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용산구청 재정비사업과와 관리처분 인가 진행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24일 변론기일까지 법무법인 광장, 감정평가 업체, 정비 업체 등과 함께 이번 결정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비 업계는 한남3구역의 사업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상가 소유자 10여 명과 나머지 주택을 보유한 다수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양측이 관리처분 조건에 대해 극적인 합의를 이뤄내지 않는 한 소송이 지난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A건설사 도시정비팀 관계자는 “조합원 간 법적 다툼은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라면서도 “이를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상가는 대부분 소수파이기에 감정평가 금액에서 손해를 보거나 배치에서 밀리는 등의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잦다”면서도 “이번 사례처럼 상가 조합원의 분양가를 상가 일반 분양가보다 비싸게 설정하는 등 차등을 둔 것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는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관리처분 인가 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공인중개소에 쏟아지던 급매물은 다소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주택 재개발 사업에서 관리처분 인가는 이주와 철거, 일반분양 전 마지막 관문으로 한남3구역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한남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당초 일정대로라면 이달 말까지 잔금을 납입해야 하는 만큼 지난해 5월 12억 원에 육박하던 분양권 프리미엄이 6억 원까지 떨어지는 등 급매물이 많았다”면서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 셈이라 추후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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