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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아트레터] LA로 몰려드는 갤러리들, 그 이유는?

‘유럽·美동부’ 중심→탈중앙화 하는 갤러리들

LA지역 작가·컬렉터 증가의 수요 반영

미국 내 새로운 '아트 허브' 될 수 있을까?

뉴욕의 카르마(Karma) 갤러리가 최근 LA에 분점을 열었다. 추상작품으로 유명한 피터 핼리(Peter Halley)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프리즈(Frieze) LA’ 주간이 돌아왔다. 이번 주는 뉴요커도 LA행이다. 올해로 4회차인 아트페어 ‘프리즈 LA’는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LA 아트신의 성장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뉴욕의 다양한 갤러리들이 LA의 다운타운, 할리우드, 미드시티를 중심으로 추가 확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0여 개나 되는 뉴욕 갤러리들이 LA에 새 둥지를 틀었다. 뉴욕 첼시의 페이스(Pace), 션 켈리(Sean Kelly), 리슨(Lisson)과 같은 대형 갤러리들이 LA 지점을 열었다. LA 다운타운에 분점을 가지고 있었던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는 추가로 웨스트 할리우드에 갤러리를 확장했다. 뉴욕처럼 미술 관련 기관들이 집중된 도시를 두고 이들 갤러리는 왜 LA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일까?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다. 물론 뉴욕이 ‘글로벌 아트 허브’로서, 미술사적으로 영향력 있는 도시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뉴욕은 LA보다 유럽 지역과 더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갤러리들은 ‘뉴욕-런던’을 중심으로 갤러리를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미술시장은 유럽과 미주 중심을 벗어나 다양한 지역에서 발전하고 있다.

정상급 갤러리스트인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는 일찍이 4년 전 LA에 갤러리 공간을 열었다. 현재 LA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두 곳의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이같은 새로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갤러리들은 LA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LA는 지리적으로 미국 서부와 멕시코 국경에 근접하고 있어 뉴욕에 비해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이민자들 비중이 높다. 미술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아시아의 컬렉터들이 상하이, 홍콩, 서울에서 LA를 방문하기 더 용이하다. 그러니 LA는 뉴욕 갤러리들이 기존 네트워킹을 확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수 시장을 넘어 아시아·남미 시장까지 품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결정적인 요인은 LA 미술계의 괄목한 성장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의 많은 작가들은 LA로 작업 공간을 옮겼다. LA는 뉴욕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넓은 스튜디오를 얻을 수 있고, 층고가 높은 창고형 건물들이 많아 대형 작업들을 하기에 더 적합하다. 미술 생태계 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작가들이 하나둘씩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작가와 더불어 컬렉터층도 두터워졌다. LA의 젊은 컬렉터들은 미국 서부 지역의 작가들뿐만 아니라 동부 지역의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갖기 시작했다.

LA 기반의 프랑수아 게블리(Francois Ghebly) 갤러리는 역으로 최근 뉴욕 분점을 새로 열었다. LA와 뉴욕의 갤러리들은 서로 상대 지역에 갤러리를 확장하는 경향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뉴욕 등 타 지역에서 LA로 확장한 갤러리들은 자사 프로그램에 속해 있는 작가(전속작가)와 더 긴밀한 소통을 할 수 있으며,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수도 있다. 확장된 LA 갤러리에서 동부 및 유럽 지역의 작가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LA 컬렉터들을 확보할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이 현상은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도 미술계는 아직 보수적임을 드러낸다. 고객과 갤러리스트가 만나 신뢰를 쌓으며, 직접 눈으로 작품을 봐야 하는 경험이 아직은 더 중시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LA로 유입된 대형 갤러리들이 LA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역의 소형 갤러리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염려다. 하지만 유명 갤러리를 보러 온 관객들은 자연히 주변 이웃 갤러리들도 함께 관람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 지역 내 지역 갤러리인 브이에스에프 (VSF), 리건 프로젝트(Regen Project), 노나카-힐(Nonaka-Hill) 등은 새로 유입된 션 켈리, 리슨 갤러리와 갤러리와 함께 상호보완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프리즈 서울’의 개최로 ‘키아프 서울’이 함께 관심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LA에 기반을 두고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시작한 VSF 갤러리는 서울에도 분점을 두고 있다.


갤러리들은 LA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LA현대 미술관(MoCA) 등의 미술관과 함께 LA 미술 생태계를 더욱 풍요롭게 할 전망이다. 갤러리들이 소속 작가의 커리어를 발전시킨다면,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은 이러한 작가들의 작품을 역사적인 문맥에 맞게끔 해석하고, 보존하는 역할들을 한다. 앞으로 LA가 단순히 프리즈 아트페어의 상업성을 넘어, 다양한 갤러리·뮤지엄의 전시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담론을 생산하는 도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글·사진(LA)=엄태근 아트컨설턴트

필자 엄태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에서 아트비즈니스 석사를 마친 후 경매회사 크리스티 뉴욕에서 근무했다. 현지 갤러리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하며 뉴욕이 터전이 되었기에 여전히 그곳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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