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는 양질의 조선업 인력이 많지만 선박 도장공을 보내고 싶어도 한국 기업들은 대학 졸업자 이상을 원합니다. 이곳 인력들은 초중고교 졸업자가 대부분이라 한국이 원하는 인력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달 3일 서울경제의 ‘외국인 쿼터제 총체적 부실’ 기획 보도가 나간 직후 인도네시아 현지 관계자가 밝힌 내용이다. 자신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조선업 인력을 송출하는 업체 관계자라고 밝힌 A 씨는 서면을 통해 인력 송출의 애로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도장공 모집 조건이 인도네시아 현실과는 맞지 않고 용접공의 경우 한국 송출 비용 부담을 크게 안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접근하는 브로커들도 많다는 지적이다.
조선업 인력난이 지속되자 우리 정부는 6일 올해 고용허가제(E-9)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조선업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무부는 숙련기능인력(E-7-4) 비자의 연간 발급 인원을 2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리고 조선 분야에 별도의 쿼터(400명)을 신설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조선업 분야 외국 인력 도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으나 해외 현지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A 씨는 “한국의 도장공·전기공 외국 인력 모집 조건을 보면 대부분 ‘대졸+1년 경력’ 혹은 ‘전문대졸+5년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전기공은 그나마 전기 관련 학과 졸업자가 있어 경력자 모집이 가능하지만 도장공은 현장 인력 대부분의 학력이 초중고교 졸업인 경우가 많아 조건을 맞추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A 씨는 한국 취업을 위한 송출 비용에 대해 외국 인력 개인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이 틈새를 노려 끼어드는 브로커들도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접공 인력을 모아 인터뷰를 하다 보면 송출 비용에 대한 부담을 개인들이 모두 느끼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노려 한국 취업에 대해 과장하고 사전에 소개비를 먼저 챙기는 현지 브로커가 여전히 존재하는 등 현장은 아직 혼탁하고 정리가 덜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A 씨는 이어 “인도네시아는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못해 선발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우리 정부가 해외 현지 인력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용접공의 경우 한국 정부가 주도해 비용을 표준화하고 선별된 양질의 인력을 보낼 수 있도록 송출 업체를 지정해 관리하는 방법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도장공의 경우는 한국 정부가 자격 조건을 완화하고 그에 따라 변별력 있는 사전 선별 기준을 정해주는 방법으로 양질의 인력을 더 많이 한국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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