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검찰의 재소환 통보를 받았다.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정점으로 이 대표를 지목하고 배임,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설 연휴 이후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이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한 지 6일 만이다. 민주당은 예상됐던 검찰의 소환이라며 ‘올 것이 왔다’ ‘짜여진 각본’ 등 겉으로는 태연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당황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리를 받았던 성남FC 후원금과는 규모부터 다르고 대선 경선 당시부터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았던 대장동 사건을 두고 검찰 소환이 또다시 시작되자 ‘포스트 이재명’ 시간이 빨라졌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이 대표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별건으로 나눠 체포 동의안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를 건건이 부결해야 하는 민주당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자칫 이 대표가 매달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야 할 수 있다”며 “민주당도 번번이 체포 동의안을 부결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①별건마다 소환…野 흔드는 檢=서울중앙지검이 27일 중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 대표는 침묵했다. 민주당도 공식적으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소환 요구는 야당 죽이기의 일환”이라며 “특검을 통과시켜 대장동의 모든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국회를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차차 알게 될 것”이라며 “성남이든, 대장동이든 성남시에서 있었던 지역 토착 비리 범죄 혐의는 통상 범죄 수사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출석 통보를 부정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당연한 수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해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전에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 동의안이 통과돼야만 한다. 검찰은 대장동 조사까지 마무리한 뒤 성남FC 의혹까지 묶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169석의 민주당은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사건도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 대표뿐 아니라 가족까지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기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대표의 장남이 상습 도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성매매 의혹도 재수사에 들어갔다. ‘소환 통보→사전 구속영장→체포 동의안 부결’의 악순환에 민주당의 부담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②야당 탄압, 적극 소명…투트랙 대응=민주당은 검찰 조사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야당 탄압이 분명한 사건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소명할 것은 소명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성남FC의 경우 소명에 어려움이 없고 사법 리스크에 당 대표가 직접 출석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입장이었다”며 “반면 대장동 사건은 명백하게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볼 수밖에 없어 대응 기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번복된 진술에 의존해 (법원이) 의사 결정을 한 것은 매우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남FC 의혹에 출석한 소회에 대해서는 “매우 부당한 처사지만 검찰의 소환 요구에 당당하게 임했다”며 상이한 입장을 전했다. 검찰의 소환 통보마다 전략을 달리해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③총선 전 野 분화…국민 피로감 관건=투트랙 전략에도 ‘이재명=민주당’ 등식을 깨야 한다는 여론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검찰이 제시하는 혐의가 대법의 판단까지 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그 사이 지지율이 하락하면 의원들도 총선 생존 본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현재 이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어 눈치를 보는 상황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이 대표 퇴진 요구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검찰의 칼끝에 한 방이 없을 경우 이 대표 체제가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3월까지도 검찰이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이재명 체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복된 검찰 수사에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해진다는 얘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가 억울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여론이 60%가 되면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며 사법 리스크의 분기점을 3월로 전망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박예나 기자 yena@sedaily.com,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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