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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효과' 한달 경동시장,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

한가운데 '스벅' 품은 경동시장 가보니

핫플 2만명 방문, 경동시장 젊은 발길↑

인근식당 '연관검색어' 스벅 효과 수혜

카페 손님 몰릴 시간에 시장은 영업 끝

운영 시간·주력 상품 미스매치 등 한계

시설 현대화·오픈마켓 입점 등 추진 속

시장도 야시장 등 논의, 지속상생 모색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스타벅스 경동1960점에 고객들이 가득 차 있다./백주원기자




“서울에 출장 올 때마다 스타벅스에서 일을 많이 하는데 요즘에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이 유명하다고 해서 아침부터 와서 기다렸어요”

새벽부터 비가 내린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한가운데 자리한 ‘스타벅스 경동 1960점’ 앞에는 영업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몇몇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왔다는 김모씨는 오픈 30분 전부터 매장 앞에서 입장을 기다렸다. 백화점에서나 볼 법한 ‘오픈런’이 한약재 냄새가 폴폴 풍기는 경동시장에 벌어진 것이다.

스벅 품은 경동시장…2030이 찾는다


지난달 16일 문을 연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1960년대에 지어진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매장으로 옛 극장의 멋을 최대한 살려내며 최근 MZ세대들의 ‘레트로(복고)’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하루 2000~3000명이 방문할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예상 밖’ 장소에 별다방을 유치하기 위해 시장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는 점이다. 경동시장은 ‘약재전문', ‘전통시장’ 같은 기존의 오래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4월 시장 한복판에 이마트 노브랜드가 문을 열었고, 2019년에는 청년 상인들의 소규모 점포를 모아 놓은 청년몰 ‘서울훼미리’도 생겼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박정현 견습기자


유통 대기업에 먼저 손을 내민 시장의 노력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타벅스 오픈 이후 보름 동안 누적 방문자는 2만 명을 넘어섰고, 같은 기간 청년몰에 있는 식당들의 매출은 1.5~2배 늘었다. 또 경동시장 안에 있는 일부 음식점들은 스타벅스 인기에 연관 검색어로 떠오르며 젊은 손님이 부쩍 늘었다. 스타벅스 인근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요즘 사람들은 어디를 갈 때 인근 정보까지 다 검색해본다”며 “최근 스타벅스가 생기면서 젊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시장 상품은 안 사…스벅 vs 시장 ‘따로 논다’ 한계




하지만 이 같은 시장의 노력은 스타벅스, 노브랜드, 청년몰 등에서 단 몇 발자국만 떨어지면 빛을 잃었다. 스타벅스 오픈이 경동시장 전반의 고객·매출 증대로도 이어지는 연결고리 없이 양쪽의 운영이 ‘따로 노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에게 ‘한약재’로 대표되는 경동시장의 주력 상품은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날 스타벅스를 찾은 김소희(28)씨는 “시장 내에 먹을 것도 마땅치 않고, 한약재나 홍삼은 비싸서 사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유동인구가 늘어 기분은 좋지만, 가시저긴 매출 증가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30년 넘게 경동시장에서 나물류를 판매해 온 최모(78)씨는 “스타벅스가 들어왔다고 해서 젊은 사람들이 가게에 많이 오는 것은 아니”라며 “오랜 단골들만이 찾을 뿐”이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오후 7시경 서울 동대문구 스타벅스 경동1960점 인근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백주원기자


이용 시간대의 미스 매치도 ‘전통과 젊음의 조화’라는 시장의 비전과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한 극복 과제로 지적됐다. 스타벅스는 경동 1960점 인기에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을 이달 18일부터 오후 10시까지로 2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반면 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새벽 3~4시에 가게 문을 열고, 오후 5시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 젊은 고객층의 주 방문 시간대에 오히려 상점들은 문을 닫아 시장을 둘러보고 싶어도 제대로 경험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20~30대들이 퇴근 후 가장 활발하게 시간을 보내는 금요일 늦은 저녁 시간 경동시장에는 어둠이 가득했고, 초록색 스타벅스 간판만이 시장 한편을 비출 뿐이었다.

오픈 효과는 한 달…함께 오래 가는 상생 모색


시장 상인들도 이른바 ‘스벅 오픈 발’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함께 오래가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먼저 스타벅스와의 협약으로 조성한 상생기금으로 시장 시설을 현대화할 계획이다. 오픈 당시 동반성장위원회, 경동시장상인회, 케이디마켓주식회사와 상생 협약을 체결한 스타벅스는 경동1960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당 300원을 적립해 지역 상생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김영백 경동시장 상인연합회장은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시장 특성 상 에스컬레이터 설치가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대형 디스플레이도 설치해 시장을 바꿔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점의 인지도 제고, 그리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마켓컬리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오픈마켓 입점도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을 운영하는 케이디마켓도 야시장과 먹자골목 등을 열어 관광객을 유치하고 경동시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포부다.

전훈 경동시장 청년몰 상인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청년몰 ‘서울훼미리’ 앞에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이승령 견습기자


청년몰에서도 자체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이다. 전훈 청년몰 회장은 “언제까지 스타벅스 효과에 기댈 수는 없다”며 “올 상반기 중 원데이 클래스나 플리마켓 등을 열어 고객들을 시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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