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두렵지 않아요. 가족을 만나게 돼 행복해요.”
중국 베이징대 교수로 재직 중인 존 씨와 그의 딸 리아나는 2년 7개월 만에 8일 베이징서우두국제공항에서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홍콩을 경유해 입국한 리아나는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을 끌어안았다. 휠체어를 타고 딸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 도착 1시간 전부터 공항에 나온 존 씨는 무엇보다 딸이 격리 없이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했다.
이날부터 해외 입국자 격리가 전면 폐지된 서우두국제공항은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이전까지 해외 입국자는 전염병 방지 통제 구역으로 조성된 3번 터미널로 들어와 격리시설로 이동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서우두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28분 3터미널로 홍콩발 CX334편을 타고 도착한 291명을 시작으로 격리 조치가 해제됐다.
연말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네 가족이 영국에 다녀온 스티븐 씨 일행은 “나갈 때는 격리가 있었지만 올 때는 격리도 없고 공항에 도착해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어떤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며 웃었다.
중국이 2020년 3월 이후 34개월 만에 격리를 폐지한 이날 서우두공항은 가족·지인을 마중 나온 인파와 국내외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한때 3주간 의무 격리를 하던 탓에 중국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음력 설)를 쇠기 위해 귀국을 서둘렀다. 홍콩에서 일하는 딸이 1년 6개월 만에 돌아온다는 중국인 리 씨는 “아직 본토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지만 답답한 격리 시설로 가지 않아도 된다”며 “그동안 딸이 오고 싶어도 격리 때문에 올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춘제까지 잘 쉬다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과 홍콩 간 왕래가 재개되면서 2020년 1월 이후 운영이 중단된 홍콩 검문소에도 육로로 이동하려는 인파가 일찌감치 몰렸다. 양방향 여행객은 출발 48시간 전 PCR 검사 음성 증명만 제시하면 된다. 앞서 홍콩 정부는 5일 저녁부터 하루 사이 34만여명의 주민이 중국 입경을 예약했다고 밝혔다.
다만 격리 조치가 사라지면서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은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 인구의 약 70~80%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규모 귀성으로 중소 도시나 농촌 지역으로 감염자까지 급속히 확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전환에 발맞춰 시작된 춘제 연휴(21~27일) 기간에 지금껏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막혀 고향에 가지 못한 사람들의 ‘보복성 귀향’이 몰리면서 최대 20억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춘제를 기점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입국자 격리 폐지를 바라보는 외국의 경계심도 커졌다. 독일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사전 검사를 의무화한 데 이어 7일(현지 시간) 외교부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이 최고조에 달한 데다 과부하가 걸린 (중국의) 보건 체계”를 이유로 들며 “불필요한 중국 여행을 삼갈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역시 이날 중국발 항공편 탑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출발 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도 상황에 따라 다시 방역 고삐를 조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국 국무원 합동방역기구는 7일 발표한 신규 조치에서 바이러스 변이 상황과 유행 강도, 의료 자원 부하 및 사회 운영 상황 등에 따라 적시에 임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시 조치에는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대규모 행사 보류, 실내 공공시설 인원 제한 등이 포함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