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대방이 성관계 이후 싫지 않았다고 말했더라도 사전 동의로 볼 수 없고 이는 ‘준강간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진성철)는 준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구미의 한 공원 여자 화장실 안에서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와 피해자는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검찰은 A씨가 심신 상실 상태인 피해자를 강간하고 상해를 입혔다고 판단하고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로 술에 만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성관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블랙아웃 증상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무죄 근거로 성폭행 직후 “싫었냐”는 A씨의 물음에 피해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답한 녹음 파일도 제시됐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화 당시 피해자가 술에 만취한 상태였고 피해자는 ‘아니’라는 대답 후 대화 도중 부정적 감정 표현을 했다”며 “피해자가 A씨와의 성관계를 사전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설령 성관계 후에 ‘싫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해서 사전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벌금형 1회 외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도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준강간이란 피해자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인 상황에서 이뤄진 간음하는 범죄다. 보통 피해자가 술이나 약물 등으로 인해 의식을 상실하고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없거나 대응 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때 발생한다. 법률상 준강간죄를 저지른 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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