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온다. 이맘때 직장인들은 관성적으로 연말정산을 떠올리고 그 생각은 자연스레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같은 금융 상품으로 이어진다. 연금저축과 IRP를 통틀어 연금계좌라고 부른다. 둘이 닮기는 했어도 똑같지는 않다. 가입 대상, 세액공제 한도, 중도 인출 조건, 투자 상품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에 따라 둘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할까.
먼저 가입 대상부터 살펴보자. 연금저축은 가입 대상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반면 IRP는 소득이 있는 자와 퇴직급여를 수령한 자가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IRP는 금융회사 한 곳에서 하나만 가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과 IRP 모두 가입 기간이 5년 이상 되고 가입자가 55세 이상이면 연금을 개시할 수 있다. 다만 이들 계좌에 퇴직급여를 이체한 경우에는 가입 기간에 상관없이 55세만 지나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세액공제 한도만 놓고 보면 연금저축보다 IRP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해 최대 4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종합소득이 1억 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1억 2000만 원)보다 많은 가입자는 세액공제 한도가 300만 원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IRP 가입자는 소득 크기와 무관하게 한 해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며 저축할 수 있다. 올해까지 50세 이상 연금계좌 가입자 중에서 종합소득이 1억 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1억 2000만 원)보다 적은 사람은 200만 원을 추가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해 최대 600만 원, IRP 가입자는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연금저축과 IRP에서 투자할 수 있는 금융 상품도 다르다. 먼저 IRP에서는 원리금 보장 상품부터 실적 배당 상품까지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금융회사마다 제공하는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가입하기 전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연금저축은 보험·신탁·펀드로 나뉜다. 이 중 연금저축신탁은 신규 판매가 중단됐고 연금저축보험은 금리연동형 상품이다. 연금저축펀드 가입자는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에 투자할 수 있지만 원리금 보장 상품, 상장지수증권(ETN), 인프라펀드에는 투자할 수 없다.
위험자산 투자 한도에도 차이가 있다. IRP 가입자는 적립금에서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는 주식 편입 비중이 40%가 넘는 펀드와 ETF, 하이일드채권펀드, 리츠 등이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펀드에는 별도로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연금저축펀드와 달리 IRP는 계좌 관리 수수료를 부과한다. 수수료는 금융회사마다 차이가 나는데 평균 적립금의 0.3% 정도 된다. 최근에는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비대면 방법으로 IRP를 가입하거나 퇴직급여를 IRP에 이체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낮춰주는 금융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가입하기 전에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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