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지 않는 투자 방법이 있을까 2년 전쯤에는 주식시장이 매력적으로 보였고 주가도 계속 오를 것처럼 보여 돈이 생길 때마다 나스닥지수를 매수하거나 소위 성장주에 투자하는 것을 좋은 투자라고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환율, 경기 침체 등 경제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지배적인 현재 상황에서는 차라리 예금(현금)이 낫다고 말하며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 분위기다. 많은 투자자들이 높은 수준의 주가에서 주식 비중이 높고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주식 비중을 낮게 유지하는 편이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난 10년간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에 따라 움직였다. 연준의 정책을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뒤따랐고 달러 공급이 늘어났지만 달러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미국 증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밸류에이션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연준의 정책 금리가 상승하자 달러 선호 현상은 더 강화됐다. 미국은 원유와 가스 수출국이며 상대적으로 고용 여건이 견고하므로 금리 상승을 견딜 수 있다는 등의 근거들이 달러 강세를 합리화하는 모습이다.
한국 경제는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까지 경험하면서 달러 선호 현상이 확고해졌다. 외환보유액은 4000억 달러를 훌쩍 넘었지만 무역적자 때문에 조금이라도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 외환위기가 임박한 것처럼 거론될 정도다. 하지만 2019년 기준 한국의 대외 순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넘어섰다. 더 이상 금융기관과 개인들의 해외투자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단기간의 빠른 금리 인상이 달러 선호의 원인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례적인 금리 인상 속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처럼 빠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해 남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속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 시행된다고 해도 내년에는 분명 인상 속도가 둔화할 수밖에 없다.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비관이 팽배하다. 미국이 시장을 닫아거는 동안 수혜를 보는 소수 기업과 산업을 제외하면 거의 쳐다보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 증시는 이미 역사적 저점 수준의 밸류에이션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 두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재무 구조가 튼튼해지고 재무 관리 기법이 더 체계화됐다. 주주가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배당 정책을 시행하는 기업들도 있으며 미래 경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 경험했던 부정적 사건들의 기억 때문에 또는 단기적인 이익 감소 사이클에 들어섰기 때문에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수준으로 낮게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달러 가치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원화의 저평가에 대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욱 관심을 갖는 때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실패하지 않는 투자의 기본은 조급함을 버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유를 갖고 투자하는 것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공포에 빠지기보다 긴 호흡으로 과도하게 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본다면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기업 펀더멘털의 변화 폭보다 주가의 변동 폭이 훨씬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하면 비싼 가격에 사서 싼 가격에 팔 가능성이 낮아진다. 적절한 위험을 감수해 투자하고 고평가 영역에서는 큰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현명한 투자를 위한 덕목이다. 큰 실패만 하지 않아도 장기적으로는 우수한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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