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해 김 의장이 제안한 여야 중진협의체는 물론 야권이 요구하던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임명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9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입법 주도권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에 손을 내미는 동시에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던 주변 논란은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국회와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국회의장단과의 만찬에서 여야가 협치를 위한 논의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에 공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여야 모두 팬덤정치의 영향으로 극단화한 탓이 크고 정치 경험이 많은 중진들에게 역할을 주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여야 중진협의체를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참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의장은 중진협의체의 논의가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무위원의 참석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검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반대로 "대통령은 국가 위기관리와 외교·안보 분야에 많이 가 있고,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저는 정치개혁 전반에 대해 생각이 열려있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발전에 필요하다면 논의 못할 주제는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또 이 자리에서 "연금·노동개혁이란 미래세대를 위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국정개혁에 힘을 보태달라는 요청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개혁)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정치가 여러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 국회 논의도 경청하겠다"고도 말했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장단 만찬을 통해 국회를 향해 전격적인 협치 의사를 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부 참모진을 교체하고 조직을 보완하며 인적쇄신을 단행할 예정이다. 취임 후 104일만으로 역대 가장 빨리 참모진을 개편했던 이명박(MB) 전 대통령(117일)보다 빠르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국정 동력 회복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의 지지율로는 윤 대통령이 내세운 노동·교육·연금 개혁은 국민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다.
무엇보다 국회의 입법권은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가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기업 투자 감세 등 경제살리기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등을 처리해야 국정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민주당과의 협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윤 대통령이 협치의 의사를 전달한 것도 정기국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나아가 민주당이 주장하던 대통령이 친인척의 비위를 조사하는 ‘특별감찰관’을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관저 공사 특혜 의혹 등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수용하면서 야당을 향해 협치의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3명이 추천되면 대통령이 임명을 하는 구조다.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수용하면 여야는 후보 추천을 위해 협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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