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올해 9월 10일 시행되는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대상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앞서 시행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291쪽 분량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에서 ‘2020년 개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의 위헌성’이라는 제목으로 “검사의 권한은 이미 2020년 법개정으로 본질적인 부분 침해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앞서 2020년 2월 이른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고 일컬어지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각각 국회를 통과했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이후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지하는 경우에만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는 ‘선별 송치주의’가 법안의 골자다.
법무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이의신청이 없는 사건 또는 대다수 인지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종국적으로 행사하게 돼 형사사건의 수사가 개시됐음에도 소추권자가 사건의 소추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이는 형사사건이 공소제기가 되지 않는 경우 종결될 수 있는 유일한 유형이자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불기소 처분’권한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소추권자의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에 위배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또 검·경 수사권 조정이 과도한 절차지연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건관계인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것이다. “2020년 개정법 이전 형사사법절차는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절차를 간명하게 구현했다”며 “모든 형사사건이 개시가 되면 사법경찰이 수사하고 모든 사건에 대해 준사법기관이자 수사지휘권자인 검찰이 수사지휘 또는 직접보완으로 사건을 보완 후 소추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직관적이고 신속한 절차가 구현돼 있었다”고 법무부는 꼬집었다.
그러면서 “2020년 개정이후 형사사법절차는 기존 대비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로 법률적 조언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형사절차 진행이 어려울 정도가 됐다”며 “형사사법 종사자인 법률전문가들조차 제대로 숙지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2020년 개정법은 2022년(검수완박법)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특정기관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라며 “피해자의 권리보호 범위는 감소하고 피의자 및 피고인으로서도 절차지연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등 국민 입장에서 피해만 발생하는 절차 개정이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비상식적으로 복잡해진 절차를 국민에게 강요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적법절차원칙도 정면으로 위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제출한 이번 청구서에 검·경 수사권 조정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내용도 담기면서 향후 헌재가 관련 내용에 대한 위헌 여부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검수완박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되면 헌재의 본안 판단 전까지 개정 법률의 효력이 정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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