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박 2일간의 워크숍을 통해 다시 한 번 단합과 쇄신을 외쳤다. 연이은 선거 패배와 당내 분열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은 모습이다.
민주당은 23일부터 이틀간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국회의원 워크숍을 개최했다. 민주당 의원 170명 중 155명이 참석한 이번 워크숍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를 되돌아보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마련했다. 그러나 워크숍 시작부터 끝까지 참석자 상당수의 관심은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쏠렸다.
의원들이 허심탄회하게 속 얘기를 풀어놓기 위해 마련된 주제별 토론 및 자유 토론에서도 주인공은 이 의원이었다. 초·재선 및 더좋은미래 등 당내 의원 그룹들은 이른바 ‘이재명 책임론’을 쏟아냈다. ‘책임론’에 대해 그룹별로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이 의원 앞에서 이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초선 의원을 대표해 단상에 오른 오기형 의원은 “특정 인물 책임론으로 가면 안 된다”면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송영길·이재명 후보를 낸 것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의 적절성 문제가 선거 결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재선인 정춘숙 의원도 “이번 선거 평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와 대선·지방선거 평가, 그리고 후보자에 대한 평가까지 포괄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선 의원 48명 중 34명은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자 불출마’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미래의 송갑석 의원도 “이재명 후보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느냐는 것에 대한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며 “우리가 이회창의 길로 다시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유 토론에서는 이 의원에게 직접 불출마를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권 도전을 시사한 설훈 의원은 “이 의원에게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고 얘기했다. 우리 같이 나오지 말자”고 말했다. 설 의원은 워크숍 하루 전날인 22일 이 의원실을 직접 찾아가 비공개 회동을 한 바 있다.
의원들이 조를 나눠 토론을 진행한 분임 토론에서는 이 의원과 친문계 유력 당권 주자인 홍영표 의원이 한 조에 배정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금은 당의 단결이 가장 중요하다. 이 의원이 출마하면 저도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그러면 단결과 통합은 어렵지 않겠느냐”며 이 의원의 출마를 만류했다. 이에 이 의원은 “고민해보겠다. 108번뇌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워크숍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많은 분들의 좋은 의견을 들었다”며 즉답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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