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대한 국민들의 갈증이 높았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오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면 관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다는 걱정이 듭니다.” 개방된 서울 청와대를 최근 점검차 둘러본 문화재위원회 위원 가운데 한 분이 불만 섞어 한 말이다. 또한 청와대가 일제강점기 시절 궁궐인 창경궁이 ‘창경원’처럼 유원지로 전락한 사례를 밟아서는 안 된다는 발언도 나왔다.
중요한 문화재(문화유산)인 청와대의 엄격한 보존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이들 문화재 전문가의 언급에서 은연중에 ‘관광’에 대한 비하 의식이 표현된 것은 유감이다. 청와대가 관광지가 돼서 안 될 이유는 없다. 이는 청와대 앞에 있는 궁궐 경복궁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경복궁·청와대 개방을 일제의 ‘창경원’과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들 전문가의 생각은 요즘 청와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일반 관광객과 많이 다르다. 대부분은 개방된 청와대의 관광 지원 시설 미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다. 현재 청와대에는 관광객들이 이용할 카페나 편의점은 물론이고 음료 자판기조차 없다. 앉아서 쉴 벤치도 부족해 나무 아래에서 겨우 무더위를 피하는 형편이다. 화장실도 임시 컨테이너 화장실뿐이다. 정부가 청와대 개방을 지나치게 서두른 결과다.
문화유산의 관광 활용에 대해 일부 문화재 전문가들의 우려는 편견에 가깝다. 한국 관광을 과거 수십 년 전 방식의 먹고 놀자판, 술판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는 문화유산의 관광자원화 추진을 방해하면서 미래 관광산업 발전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
다른 모든 것과 같이 관광에도 좋은 관광이 있고 나쁜 관광이 있다. 관광지에 대한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반대는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문화재 보존을 절대화하면서 관광산업 자체를 폄훼하고 있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최근 경복궁이나 덕수궁 등 궁궐의 건축물을 보호한다며 ‘경내에서 음식물 취식 금지’가 나붙은 것도 관광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 방문객의 궁궐 관람을 꺼리게 하기 때문이다. 전통 시대 궁궐에서 수많은 사람이 먹고 자며 삶을 영위했다는 당연한 사실은 무시한다.
이는 정부의 공식 방침과도 모순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초 내놓은 ‘제4차 관광개발기본계획(2022~2031)’에는 ‘건축 문화유산 관광자원화’ 차원에서 “세계적인 문화 랜드마크로서 궁궐·사찰·서원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을 관광 명소로 조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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