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계속되고, 공급망 차질에 따른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일부 아시아 국가, 특히 아세안 경제는 상대적으로 강한 회복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의 원자재 수출국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원자재 공급 차질의 장기화나 인플레이션이 수요에 미칠 영향 등 리스크를 주의 깊게 봐야 하겠지만, 구조적 성장과 거대한 소비력 등이 뒷받침하는 아시아 시장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아시아 주식의 지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먼저 아시아 일부 경제가 올해 1분기 닫혔던 국경을 다시 열면서 내수 소비가 진작되고, 해외 여행객 증가로 경제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백신 및 경구용 치료제가 활발히 보급됨에 따라 점차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매파적 기조로 돌아섰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비둘기파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영 기조는 서로 상반될 것으로 보인다. 미 달러 강세 전망이 이머징마켓 주식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중국의 경기부양책 시행, 아시아 국가의 경상수지 개선은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킬 것이다.
중국 봉쇄로 공급망 병목 현상이 확대되고 물류 대란이 빚어지면서 전자·반도체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2020~2021년 팬데믹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아시아 반도체 기업은 재고 및 공급 문제 해결 관리 역량을 확대해왔다.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어려운 시장 상황을 뚫고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데이터 소비량 및 속도 가속화, 스마트폰, 가정, 차량 등을 연계하는 디지털 연결성 확대 등 무수한 요인들이 향후에도 반도체 섹터 수요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아세안 지역의 경제성장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점도 아시아 시장의 성장을 위한 촉매가 될 수 있다. ‘친성장’을 표방하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인터넷, 금융 섹터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기부양 및 기업친화적 정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니켈, 구리 등 핵심 원자재 공급국인 아세안 국가 상당수는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메가트렌드 속에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섹터로 본다면 테크 유비쿼터스(디지털화 및 사물 인터넷), 라이프 스타일 및 사회적 가치의 진화(지속가능성, MZ 세대 소비 트렌드, 웰빙), 탈세계화(공급망 다양화·분화, 리쇼어링) 등 구조적 성장 테마에 노출된 아시아 기업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최근 주가 조정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져 매력적인 가격에 우량 기업을 매수할 투자 기회로 볼 수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오늘날 구조적 성장 섹터에 초점을 두고 ‘합리적 가격의 성장주(GARP)’에 투자하는 전략은 기업 성장성에만 몰두해 투자종목을 선정하거나, 의도치 않은 특정 스타일 혹은 리스크에 편중된 포트폴리오 구성을 예방할 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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