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가 회사를 떠나면서 직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2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6일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월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10월께 직원 몇 명과 함께 참석한 술자리에서 팀장 B씨로부터 신체적 접촉을 당했다. B씨는 A씨에게 늦은 밤 3시간 동안 '왜 전화 안 하니' 등 12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1년여가 지난 뒤 A씨는 회사에 사직 의사를 표시하며 전국 200여 개 매장 대표와 본사 직원 80여 명에게 '성희롱 피해 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이메일을 보내 피해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이메일에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메일을 보낸다"는 내용과 함께 B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도 첨부했다.
이후 A씨는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A씨의 행위에 비방 목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퇴사를 계기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정으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이메일은 A씨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에 관한 것으로 공적인 관심사에 해당하며, A씨의 주된 동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사 부차적으로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 증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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