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로 접어든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동차 탁송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이면서 자동차 구매 계약을 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탓에 계약을 하고도 수개월을 기다렸던 차에 이번 파업으로 기약 없는 기다림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구매자들이 출고센터로 직접 방문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영업 직원들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어 구매자들의 불만만 누적되는 실정이다.
10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7일 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후 각종 자동차 동호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량 배송 지연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게시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9일 차량을 출고받기로 예정돼 있었다는 누리꾼 A 씨는 “다음 주에 인도 예정이었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고가 안 될 거라고 ‘카마(카마스터, 영업 직원)’로부터 연락받았다”며 “아산공장에서 신갈까지 이동하고 신갈에서 탁송될 예정인데 아산에서 신갈로 이동하는 운송을 화물연대가 담당해 공장에 차가 쌓일 것이라고 공지받았다”고 말했다. 누리꾼 B 씨는 “4월 신차를 계약하고 이달 3일 생산이 완료돼 충주에서 7일 출고 예정이었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탁송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화물연대는 7일 자정을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주류·시멘트·철강 업계를 중심으로 운송 거부에 돌입했던 화물연대는 “항만·국가산업단지 파업만으로는 정부의 반응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돼 7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완성차 공장에도 타격을 주는 쪽으로 투쟁 방향을 정했다. 내부 공지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8일 오후 2시 이후로 완성차 출입을 금지하고 완성차 정문에서 조합원 차량을 회차시키는 방침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
구매자들은 탁송 대신 출고센터를 직접 방문해 차를 운전해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으나 이행은 쉽지 않다. 일부 영업 직원들이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출고센터를 방문하지 못하게 하거나 영업 직원과 함께 출고센터를 방문하도록 공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는 핑계고 탁송료를 환불해주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9월 전기차를 구매했다는 김 모 씨는 “지난주 출고 소식과 함께 결제를 했는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운송에 차질이 생겼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파업에 대해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 이해하는데 직접 출고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탁송료를 환불해주기 싫어서 그런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차량의 경우 차량 반도체 수급난에 더해 부품 조달 문제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수급 지연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납품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운송 업체는 19개 사로 이들 운송 업체 소속 화물 노동자 중 70%가량이 화물연대 조합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 3만 개의 부품으로 생산되는 자동차 산업은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으로 생산이 이뤄져 부품이 하나라도 공급되지 않으면 생산이 중단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출고센터 차원에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직접 방문 출고에 대한 금지 공지를 내린 적 없다”며 “자세한 사안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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