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일본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일본에서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을 50% 가까이 올린 회사가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에 본사를 둔 양조업체 아사히주조의 이야기다.
2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사히주조는 이달 신입사원의 초봉을 21만 엔(약 206만 원)에서 30만 엔(약 294만 원)으로 인상했다.
21만 엔은 일본 대졸자의 전국 평균 수준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번 인상으로 아사히주조의 임금은 대기업 수준을 뛰어넘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경단련이 지난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초봉은 22만 엔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에서 임금을 인상하는 회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50% 가까이 올린 기업은 드물다”고 전했다.
이번 인상은 지난해 세운 ‘기본급 2배 인상’ 계획의 일환이다. 아사히주조는 계획 실현 시점을 2026년으로 잡았다.
아사히주조가 파격적인 임금 인상 카드를 꺼낸 이유는 밀려드는 주문에 인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임 중 식사 때 즐겨 마셨던 고급 청주 '닷사이'를 생산하는 업체인 아사히주조는 일본에선 이미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지만, 해외에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사상 최대 매출(141억 엔)을 기록했는데, 매출의 절반이 해외에서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해외 영업 담당자로부터 급여를 올려서라도 사람을 더 뽑아 생산을 늘려달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임금 인상의 계기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술 제조를 위해 40도 정도의 고온 다습한 방에서 작업을 해야 해 일은 힘든데, 일에 비해 임금이 높지 않다는 내부의 불만도 이번 인상의 영향을 미쳤다.
사쿠라이 이치히로 아사히주조 사장은 “술 제조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임금이 낮으면 오랫동안 일하진 못했다"며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임금 인상을 했음을 시사했다.
임금 인상이 인재를 끌어 모으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란 사쿠라이 사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아사히신문은 2023년 봄 입사 예정자 수가 이미 예년 수준의 2~3배인 1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사쿠라이 사장은 임금 인상이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임금을 올리는 것과 품질을 높이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사측에서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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