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방안에 제동을 걸면서 연일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21일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안보 공백’ 우려를 들어 자신의 임기 내 집무실 및 국방부·합참 연쇄 이전에 반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숱한 북한의 도발에 눈 감은 채 대화·평화 타령에 매달렸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이라 하지 말라”고 겁박한 뒤 정부의 외교 안보 라인에서 ‘북한 도발’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올해 들어서도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쏘며 무려 11차례나 무력시위를 벌이는데도 현 정부는 한 번도 ‘도발’로 규정하지 않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20일 서해상에서 방사포를 발사한 것에 대해서도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다”라며 북한 감싸기에 급급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최근까지 북한 도발 등으로 열린 총 64번의 긴급 NSC 및 관계장관회의 가운데 17번만 주재했다. 2020년 4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도 불참했다. 북한의 도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문 대통령이 이번에 모처럼 NSC 회의를 주재하고 ‘군 통수권자’ ‘안보’ 운운하면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안보는 핑계일 뿐 지방선거를 앞두고 범여권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안보’를 외치는 게 진심이라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무력시위에 대해 한마디 경고라도 해야 한다. 또 원활한 대통령직 인계가 안보를 위한 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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