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다니는 김 대리(32). 자율좌석제 도입으로 개인 노트북을 들고 편한 자리를 골라 앉아 일하곤 한다.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목을 덜 숙이도록 도와주는 노트북 거치대를 매곤 들고 다니기는 힘들다. 귀찮은 마음에 챙기지 않다보니 잘못된 자세가 목 건강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퇴근할 때 쯤이면 목이 뻐근한 정도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심해진 것이다. 목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가까운 병원을 찾은 김 대리는 엑스레이 검사 결과 일자목이 심하다는 소견을 듣는다. 상담 중 고개를 떨구고 일하는 자세가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방치하면 목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김 대리는 치료를 시작하기로 한다.
자율좌석제는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반영한다. 하지만 직장인에게는 목에 치명적인 자세로 이어질 수 있다. 김 대리처럼 개인 노트북을 갖고 일하다 보면 자연스레 목을 숙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무겁고 귀찮다는 이유로 노트북 거치대마저 없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목을 숙이는 각도가 더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자세는 경추(목뼈)의 정상적인 C자 곡선을 비정상적인 일(一)자 형태로 바뀌게 한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일자목증후군이 나타나는 순간이다.
고개 숙인 자세는 목에 가해지는 하중과도 관련이 깊다. 미국 척추외과 전문의 케네스 한즈라즈 박사에 따르면 머리가 앞으로 기울어질수록 경추에 전달되는 하중이 커진다. 목을 15도만 숙여도 경추에는 12.2kg에 달하는 무게가 쏠리고, 30도에서는 18.1kg, 60도에서는 27.2kg까지 무게가 올라간다.
경추가 일자로 변하면 이러한 하중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김 대리의 사례처럼 목 주변의 과도한 긴장이 발생하고 목 통증과 뻐근함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심한 경우 특정 부위에 부담이 누적돼 경추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제자리를 벗어나는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로도 이어질 수 있다. 평소보다 뒷 목이 뻣뻣하고 어깨까지 아프다면 일자목이 심하다는 위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목 상태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한방에서는 목 통증 치료에 추나요법과 약침, 침치료, 한약 처방 등이 활용된다. 특히 추나요법과 약침은 최근 관련 임상 연구논문을 통해 그 효과가 객관적·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를 이용해 비뚤어진 경추와 주변 근육을 밀고 당겨 경추 정렬을 바로잡아주는 데 효과가 있다.
실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목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추나요법과 물리치료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추나요법의 효과가 통증과 기능지표와 삶의 질 지수 등에서 큰 개선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논문은 SCI(E)급 미국의사협회 네트워크 오픈 저널(JAMA Network Open) 2021년 7월호에 게재됐다.
약침의 목 통증 치료효과 역시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됐다. 자생척추관절연구소가 최근 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약침치료를 받은 목 통증 환자의 5주 후 목 통증 VAS(시각통증척도, 0~100mm) 변화량은 33.1로, 물리치료군(17.3) 보다 개선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치료와 함께 목 건강을 위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 시간 동안 노트북은 눈높이에 맞춘 상태에서 이용하도록 하자. 장시간 일했다면 1시간에 한 번씩 목을 가볍게 좌우로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노트북 화면에 빠진 목을 건져내야 우리 목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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