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를 끝으로 내한 일정을 마쳤다. 7일간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입국한 그는 지난달 25일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 대전(이상 1회씩), 서울(3회)에서 총 6회 무대에 올랐다. 공연을 앞두고 주요 기사에는 ‘해외 공연에도 늘 자기 피아노 액션(건반을 누르면 해머가 현을 때리게 하는 장치)을 가지고 다니는’ 짐머만의 깐깐함이 주로 소개됐다. 이와 함께 많이 언급된 게 바로 ‘엄격한 촬영·녹음 금지’다. 그는 지난 2003년 첫 내한 때 불법 녹음을 우려해 예술의전당 무대 위 마이크 제거를 요구했고, 공연장이 그를 설득하느라 공연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예매 시점부터 공연 당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연장이 ‘연주자의 강력한 요청으로 공연 중 촬영 및 녹음이 엄격히 제한된다. 해당 행위가 목격될 시 공연이 중단될 수 있다’는 강력한 공지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공연에서 ‘일’이 터졌다. 공연계에 따르면 이날 1부가 끝나고 짐머만은 ‘객석에서 휴대폰 불빛을 봤다’고 주장, 공연 중단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2부 시작 전 관객들에게 전달됐고, ‘연주자를 어렵게 설득했으니 휴대폰은 절대 꺼내지 말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이날 전에도 아슬한 상황은 몇 번 연출됐다. 1일에는 공연 중 세 번이나 휴대폰 소리가 울렸고, 다음날에도 관계자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폐음이 흘러나왔다.
내한의 마지막 일정인 6일에는 앙코르 무대의 감동에 찬물을 끼얹는 관람 방해가 나왔다. 사실 이 날은 별 탈 없이 1부와 2부가 끝났고, 짐머만은 퇴장 때 객석을 향해 손 키스를 날리거나 손을 흔드는 등 관객에게 친숙함을 표하기도 했다. 모든 연주를 마친 뒤 박수 속에 다시 등장한 그는 이번 내한을 준비한 기획사를 향한 감사 인사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고,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그라지나 바세비츠의 피아노 소나타 2번 2악장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다. 그러나 감동의 연주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모두를 당황하게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악을 찾지 못했어요…’ 연주는 끊김 없이 진행됐지만, 난데없이 등장한 휴대폰의 AI 음성은 한참 음악에 빠져있던 관객들의 몰입을 일순간 무너뜨렸다.
공연 중 휴대폰이 문제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사실상 관객 본인의 협조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공연장 관계자는 “해외처럼 공연 중 전파를 차단하거나 비매너 관객에게 레이저를 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의존할 수 있는 건 오직 관객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이라며 답답해 했다.
연주자가 일체의 방해 없이 완벽한 공연을 선사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본인의 만족감’만을 위한 것은 아닐 테다. 연주자와 관객 모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좋은 공연이 나온다. 사실 이것은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해도 절반 이상은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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