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음 달부터 은행 계좌에서 5만 위안(약 940만 원) 이상의 현금을 입출금할 때 신분 확인은 물론 출처와 용도도 반드시 밝히도록 했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위안화’ 도입과 함께 현금 사용까지 당국의 통제 아래 두고 불법적인 돈의 흐름을 더욱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돈세탁의 천국’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결과가 될지 주목되지만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10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공지한 현금 입출금 증빙 강화 규정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오는 3월 1일부터 은행에서 5만 위안 이상의 현금을 찾거나 입금하려는 사람은 은행에 용처 또는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한다. 1만 달러(약 1200만 원) 이상의 외화를 인출·입금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신고해야 하는 자료에는 개인의 상세 정보도 포함된다. 인민은행은 "국제 자금 세탁 방지 표준이 변화함에 따라 규정을 더욱 완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 누리꾼은 "입출금이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일"이라며 "공안·검찰 등 사법기관만이 자금의 원천과 용도를 조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민은행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여론 무마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지난 9일 밤 성명에서 “현재 중국에서 5만 위안을 초과하는 입출금 업무량은 전체의 2%가량”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디지털위안화 보급이 확대된 시점에 이 같은 정책이 발표돼 중국인들의 반발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위안화과 관련해 ‘모든 자금 흐름을 정부가 들여다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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