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수(稅收) 추계가 지난해에만 세 번 연속 빗나가면서 우리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대로 정책 신뢰도가 무너질 경우 가뜩이나 국회 쪽으로 기운 정책 결정의 무게추가 더 국회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정부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13일 ‘1월 재정동향’을 통해 지난해 세수 수입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래 1월 재정동향에는 전년도 1~11월 누적 기준 나라 살림 현황만 공개되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에 대략적인 세수 흐름에 대한 분석치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에도 기재부의 추계가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초 기재부는 지난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지난해 국세 수입이 282조 7,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따라 보수적인 세입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예상보다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자 지난해 7월 2차 추경 편성 때 31조 6,000억 원이 추가로 더 들어올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7월 이후 ‘세수 풍년’에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추추가’ 세수가 “10조 원 초반대”라는 입장을 유지했던 기재부는 여당의 ‘국정조사’ 엄포에 19조 원으로 말을 바꿨다. 당시 기재부는 “4분기에는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대해 부가세 부과를 올 1월로 유예했고 종합소득세 중간예납도 2월로 넘겨 4분기부터는 세수 증가가 둔화할 것”이라는 부연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도 불과 한 달 사이에 뒤집어졌다. 기재부는 최근 지난해 12월 ‘추추추가’ 세수가 10조 원을 넘길 것이라고 청와대와 여당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에만 총 세 차례에 걸쳐 자신들이 내놓은 세입 전망을 뒤집은 셈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마지막 ‘추추추가’ 세수 뒤집기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지지난해 본예산 편성 때 전망한 세입 전망이 빗나갈 수는 있지만 회계 마감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내놓은 전망까지 틀린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세제실 출신 전직 관료는 “11월 중순이면 대다수 세목(稅目)의 납부가 마무리되고 세제실도 세수 속보치까지 봐가며 전망치를 내놓았을텐데 여기서 10조 원 이상을 또 틀렸다는 것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관가 안팎에서는 정부가 대선 직전으로 추경 시점을 설정해 집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1월 세수 전망을 과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돌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재부는 ‘몽골 기병’에 비유될 정도로 자기 정책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속도전으로 나라 경제를 이끌었다”며 “경제정책의 근간인 세수 추계가 계속해 엉터리 결과물을 내놓고 있고 최근 발표하는 경제정책도 대부분 예산집행 사업을 열거하는 수준이어서 점차 정책 신뢰도와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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