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의 불시점검에서 또 다시 제약사의 의약품 품질관리 허점이 드러났다. 제일약품(271980)이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 3개 품목이 허위자료 제출 사유로 품목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한다. 제일약품에 위탁생산을 맡긴 거래처 14개사 41개 품목도 허가취소가 불가피하다. 의약품 허가나 제조과정에서 자료조작 등 위법행위가 연달아 발각되면서 제약업계 품질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제일약품이 제조한 '텔미듀오정 40/5밀리그램’ 등 3개 품목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 중지와 회수 조치하고 품목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제일약품의 의약품 품질관리 실태 등을 점검한 결과, 3개 품목의 허가신청 자료 일부가 허위로 작성됐음을 확인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식약처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의약품 제조공정 관련 품질관리 기준의 일종인 잔류용매 시험자료를 허위로 작성했다. 현행 약사법에 따라 식약처는 제약사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의약품의 품목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식약처는 제일약품에 위탁생산을 맡긴 거래처 중 동일 자료를 제출한 제약사들에도 같은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제일약품 외에 건일바이오팜, 녹십자, 동성제약, 맥널티제약, LG화학, 에이치엘비제약 등을 포함해 총 15개사 44개 품목의 허가취소가 진행된다.
제약업계는 이번 사태로 '의약품 품질관리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올해 3월부터 바이넥스, 비보존제약, 종근당 등이 생산하는 의약품 수십종이 품질관리 위반으로 잠정 제조?판매중지 및 회수조치를 받았다. 이들 제약사는 의약품을 제조할 때 허가사항과 다른 방법으로 생산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현재 후속 행정처분이 진행 중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허가 과정에서 제출한 안정성시험 자료의 조작 사실이 발각되면서 허가취소 처분을 받았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해 보툴리눔 톡신 생산 과정에서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하고도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원액 및 제품의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나자 적합한 것처럼 허위 기재하는 등의 위법 행위가 드러났다. 또 조작된 시험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출하 승인을 받고, 문제가 된 의약품을 시중에 판매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거짓·부정한 허가 및 국가출하승인에 대 제재 강화의 내용이 담긴 이른바 '메디톡스 재발 방지법'이 지난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상황이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위반 제약사의 처벌 수위를 대폭 상향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또 다시 위법행위가 발각되면서 제약?바이오업계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생산 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약품 품질혁신 TF를 출범하고 품질관리 시스템의 전반적인 혁신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라며 "위탁생산 제한과 같은 변화의 흐름에 따라 시장 구조의 문제점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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