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마지막 방송을 한 뒤 옥고를 치른 여대생이 41년 만에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국가배상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이원신 부장판사)는 14일 박모(62)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며 1,500만원을 배상할 것을 명했다.
박씨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방송실에서 "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오고 있습니다. 도청으로 나와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이는 계엄군의 진압을 앞둔 시민군의 마지막 방송으로 알려져 영화 '화려한 휴가' 등에서 여러 차례 다뤄졌다.
이후 박씨는 계엄군에게 붙잡혀 내란부화수행 혐의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복역하다가 6개월 만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박씨는 35년이 지난 2015년 6월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7월 국가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정부 측은 박씨가 이미 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에 따라 1990년 보상금을 받았으므로 위자료 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지난 5월 헌법재판소가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 배상은 보상금과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박씨에 대한 체포·구속 등 일련의 공무집행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며 "국가는 박씨 및 박씨의 부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이미 보상금 외에도 위로금 명목의 돈을 국가로부터 수령했고, 당시 계엄군이 박씨를 고문·감시했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금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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