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틱톡과 위챗의 미국 내 사용 금지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지루한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실제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대신 외국 앱의 보안 위험을 평가할 행정명령을 새로 내렸다.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외국의 적으로부터 미국인의 민감한 데이터 보호’에 관한 행정명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기존 행정명령을 취소했다.
새 행정명령에 따라 미 상무부는 중국 등 외국 정부와 연계된 소프트웨어 앱의 미국 국가 안보 위험을 파악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벌이게 된다. 특히 중국이 제조, 공급하거나 통제하는 앱과 관련한 거래를 분석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더 안전하게 보호할 방법을 찾도록 했다.
대신 중국 기업이 개발한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해 8월 행정명령은 폐지됐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올해 1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중국 기업이 만든 8개의 다른 통신·금융 기술 앱을 대상으로 내린 거래 금지 행정명령도 철회됐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바이든 행정부는 인기 있는 앱들을 금지하는 대신 외국 기관이 통제하는 앱의 위험성을 해결하기 위해 기준에 근거한 의사 결정과 함께 엄격하고 증거에 기초한 분석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 등을 금지한 기존 행정명령 폐지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틱톡 등이 사용 금지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소송을 잇따라 미국 법원에 제기하고 일부는 승소 판결이 나면서 미국의 준비되지 않은 금지 조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여전히 사용되는 틱톡의 인기는 미국에서 더 높아지고 있다.
새 행정명령에는 적대적인 국가의 앱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토가 규정돼 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이 순차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새 행정명령도 이런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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