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정책이 출구(exit)를 향해 직진할 조짐에 한국은행의 긴축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급증한 가계 부채 속에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한은도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열어놓은 바 있다. 기획재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공식화해 한은의 연내 금리 인상 시계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오는 11월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한 후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려 있다”며 금리 인상 논의에 불을 붙였다. 그는 “서둘러도 안 되지만 (금리 인상이) 지연됐을 때의 부작용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질서 있는 통화정책 조정에 대한 고심을 내비쳤다.
이 총재의 발언 이후 국내외 경제 상황은 하반기 금리 인상에 힘을 싣는 전개가 두드러진다. 우선 국내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7일 인구 대비 15%를 넘고 이달까지 1,300만 명 이상 백신을 맞을 것으로 보여 방역 당국은 다음 달부터 거리 두기 완화를 검토 중인데 이 경우 보복 소비 등이 폭발할 수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5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45.6% 증가한 507억 3,000만 달러에 달하며 약 3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수출액은 석 달 연속 500억 달러를 넘어 해외시장의 경기회복세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또 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역시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2.6%를 기록해 한은의 금리 인상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기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2차 추경을 공식화해 빠르면 7월 국회 문턱을 넘어 20조~30조 원의 추가 지출이 3분기 내에 쏟아질 수 있다. 홍 부총리가 추가 적자 국채 발행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어 2차 추경은 한은의 금리 인상을 한층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은의 한 핵심 관계자는 1분기 말 가계 신용 잔액이 1,765조 원으로 코로나19 1년 만에 154조 원 가까이 증가한 데 대해서도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 이자 부담보다 가계 부채 관리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초기 금리 인상은 대출보다 예금 금리 상승에 더 많은 영향을 줘 서민 경제에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해 빠른 긴축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11월보다 앞서 10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 주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6일 빠른 금리 인상을 용인하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만큼 이 총재도 11일 한은 71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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