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실종됐다 사망한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 사건과 관련된 유튜버들의 허위사실 유포가 수위를 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법적 제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른 바 '표현의 자유'를 등에 업고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마구 살포해 사람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병폐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29일 경찰과 각종 유튜브, 온라인 게시판에 따르면 손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후 온라인 상에서는 손씨 사건에 대한 도넘은 허위사실 유포가 계속돼 왔다. "친구 A씨의 아버지가 강남 세브란스 병원 교수다', 'A씨의 어머니가 변호사다', '법조계 유력인사와 관련됐다', ‘서울청 수사과장이 친구 A씨의 친인척이다', ‘강남서장이 친구 A씨의 친인척이다’라는 거짓말이 유통됐다.
각종 음모론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유튜브 등에선 "손씨 혈흔이 카메라에 잡혔다", "손씨 사망 배경엔 여자 문제가 있다"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콘텐츠들이 올라왔다. 유튜브에 손씨 관련 영상을 검색하면 '실종 대학생 A 가족 충격적인 실체 네티즌의 폭로', '추가 목격자 있었다.동영상도 있다', '내가 친구A 부모라면 정말 아들이 무서울 것 같다' 등 사실상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제목의 영상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정민씨 시신 끌고 가는 3명..방조한 경찰'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콘텐츠는 무려 82만명이 시청하기도 했다.
심지어 무속인 유튜버들까지 등장해 타살이라고 지목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일부 무속인은 '안타까운 망자의 원혼이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썸네일을 달아 유튜브 시청자를 현혹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충격, 폭로, 증거, 제보, 목격자' 등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네티즌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모두 경찰이 제시한 CCTV 영상과 언론 보도를 짜깁기 한 후 왜곡해 영상을 만들어 낸다. 모두 조회수와 후원금을 비롯해 슈퍼챗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은 굉장히 부도덕한 행위”라며 “이는 법률 문제 이전에 도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튜버들의 허위사실 유포가 손정민씨 실종사건에 대한 수사뿐 아니라 경찰 수뇌부를 직접 겨냥하는 상황까지 이르르자 경찰도 직접 칼을 빼들었다. 한 유튜버가 '김창룡 경찰청장의 긴급발표'라는 제목의 허위사실을 유포하자 경찰이 전격 내사에 착수한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28일 "김 청장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포함한 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됐다"며 "이에 대해 경찰은 법리 검토 등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어 "무분별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의거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구독자 1만7,900여명을 보유한 이 유튜브 계정에는 '김창룡 경찰청장, 국민들에게 긴급 발표'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김창룡 청장의 발언이라며 '손정민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청이 근거없는 결론을 내리고 있고, 재조사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서울청과 별도로 수사를 구성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모두 허위사실이다.
충북경찰청은 이 유투버가 살포한 다른 허위사실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6일 이 유튜브 채널은 '송정애 대전청장, 서울 경찰에 대한 강한 반응'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채널은 송정애 대전경찰청장이 손정민씨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팀을 비판했다는 가짜뉴스를 살포했고, 이 영상은 지금까지 6만7,000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전 관내에서 발생했지만 송 청장이 해당 지역 경찰청 소속 직원이라 인접한 충북청으로 사건을 이첩했다"며 "사실관계 파악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 서초경찰서 역시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서 퍼져나가는 가짜뉴스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현재 온라인 공간에 퍼진 의혹 제기들과 관련한 글과 영상을 캡쳐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을 자료 수집이 끝나는대로 사실 관계를 따져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 적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도를 지나친 유튜버들의 허위사실 유포를 일일이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영상의 개수가 작게는 여러 개에서 많게는 수십개에 달하고 이에 대한 사실 관계확인을 일일이 하기 위해서는 투입해야 할 인력과 예산이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사생활 침해 및 정보 노출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유튜버들은) 실질적인 이득이 우선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교수는 그러면서 “처벌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영상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스템과 인력,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며 “현재는 (유튜버들의 가짜뉴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이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광고를 붙이고 상업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권력자나 공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너무 심한 명예훼손이나 허위 사실유포, 공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콘텐츠에 관해서는 국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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