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울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 풍력 전략 보고’ 행사에 참석해 “바닷바람은 탄소 없는 21세기의 석유”라고 말했다. 울산 부유식 해상 풍력은 울산 앞바다에 부유식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 오는 2030년까지 6GW(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문 대통령의 축사 가운데 한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초속 8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 경제성이 높다”는 부분이다. 해상 풍력의 관건은 풍속이다. 해상 풍력이 활발한 영국에서는 풍속이 최소 초속 11m는 돼야 풍력 발전기를 설치한다. 울산 앞바다의 풍속은 문 대통령의 축사대로라면 영국의 72% 수준이다. 발전량은 풍속의 세 제곱에 비례하니까 영국의 37.3%다. 이 정도면 경제성이 없을 것 같다. 이 사업은 민간이 주도한다. 경제성이 없다면 결국 흐지부지될 것이다. 초속 8m 자료를 만든 울산시청에 문의하니 근거는 있는데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부유식 해상 풍력이 만드는 전기의 생산 원가는 육상 풍력의 네 배다. 울산이 비싼 부유식을 선택한 것은 동해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기 때문이다. 수심이 50m 이상 되면 고정식처럼 콘크리트 지지대를 해저에 박기 어렵다. 전기를 충분히 생산하지도 못하고 생산 비용도 많이 드는 부유식 해상 풍력을 굳이 하겠다는 이유가 뭘까.
정부가 앞서 추진한 신안 해상 풍력 단지를 보면 더 큰 의문이 생긴다. 정부는 2월 5일 신안 앞바다에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인 8.2GW의 해상 풍력 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초속 7.2m의 바람이 분다. 울산이 경제성이 없다면 신안은 더 없다. 신안에는 48조 5,000억 원이 투입된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4대강 사업(22조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자칫 휴지가 될 수도 있는 프로젝트에 이 정도 거액을 쏟아부어도 되는 걸까.
정부가 울산과 신안의 해상 풍력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탈원전이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치명적인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탈원전을 목표로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은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다. 정부는 2019년 6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해 2040년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30~35%로 확대했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11%로 잡은 것과 비교하면 세 배로 뛰었다. 이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리 원전 기념사는 잘못된 내용이 많다. 문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주지하듯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쓰나미 탓이다. 방사능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 문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은 맞다. 하지만 지진이 나도 국내 원전의 사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거의 제로는 완전 제로가 아니어서 위험하다는 얘기는 하지 말자. 우리나라 3세대 원전인 APR1400의 경우 방사능이 격납용기를 뚫고 밖으로 나올 확률은 100만 년에 한 번 이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에 만든 해상 풍력 홍보 동영상을 보면 바람 세기가 전부는 아니라는 내용이 나온다. 바람 세기가 약해도 효율을 어떻게 높일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헛웃음이 나온다. 이 동영상을 제작한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풍력 발전은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내 비가 올 확률이 100%인 인디언 기우제라는 게 있다. 울산이건 신안이건 해상 풍력으로 충분한 전기를 생산하고 싶으면 바람이 세게 불 때까지 제사를 지내는 인디언 기풍제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문 대통령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절대 실현 불가능하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때는 탈원전이 맞는 방향이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아니다. 실수는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문 대통령의 진심을 믿는다. 그 진심을 토대로 국민을 위한 에너지 대계를 다시 세울 때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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