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부터 추진된 중국 양대 국유 화학기업인 시노켐(중국중화그룹유한공사)과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유한공사)의 합병이 마침내 중국 정부에게서 승인됐다. 다만 이들 기업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등 국제사회의 불공정 압력을 받고 있어 합병 과정이 순조로울지는 의문이다.
1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 소유 기업을 관리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전날 저녁 홈페이지 발표를 통해 시노켐과 켐차이나의 연합재편성을 승인했다. 연합재편성은 중국에서 합병을 일컫는 말이다.
2019년 기준 두 회사의 매출은 각각 시노켐 809억달러, 켐차이나는 657억달러다. 합병 성공시 총 매출은 1,400억달러를 넘는다. 세계적인 화확기업인 독일 바스프(695억달러)나 미국 다우(429억달러)도 압도하는 규모다.
두 회사의 합병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미 5년여 전이다. 비슷한 사업의 두 국유회사가 존재하면서 중국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합화학 회사로 업종이 겹치는 데다 기득권층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난항을 겪어 왔다.
시노켐과 켐차이나는 이미 모두 공룡기업인데 합병할 경우 지나치게 커진다는 지적돼 왔다. 두 회사 모두 원유정제, 석유화학, 비료, 타이어, 화학장비 제조 등 화학 업종 가치사슬 전체를 포괄하는 제품군을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합병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을 압도할 초대형 화학기업을 원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이미 2018년 7월부터 닝가오닝 시노켐 회장이 켐차이나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번 합병 승인에 따라 조직개편이 이뤄지면 SASAC 아래에서 새로운 회사로 탄생하게 된다.
한편 최종 합병 성사의 최대 걸림돌은 미국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원인 중에 하나가 국유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급이었다. 이미 미 국방부는 지난해 8월 시노켐과 켐차이나를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이 있는 기업이라는 이유로 모두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은 상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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