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정부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 등 한미 간 상호 정책 우선순위가 높은 5대 중점 분야는 미국 바이든 정부와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 선도 국가 도약을 위한 2021년 대외 경제정책 추진 전략’을 논의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몇 년간 세계무역기구(WTO) 다자 체제가 약화한 상황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CPTPP 등 메가 FTA가 아시아·태평양 경제 질서 변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이에 RCEP에 이어 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회원국들과 비공식 협의를 본격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CPTPP는 기존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지면서 일본 등 아태 11개국이 새롭게 추진한 경제 동맹체다. CPTPP 참여국의 총 무역 규모는 2조 9,000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약 15%를 차지한다.
CPTPP 가입을 위해 정부는 올 상반기 중 CPTPP 규범 관련 국내 제도를 선제 정비하기로 했다. 위생검역, 수산 보조금, 디지털 통상, 국영기업 등이 4대 정비 분야다. 특히 CPTPP는 참여국이 지분 50% 이상을 직접 소유하거나 지분을 통해 50% 이상 의결권을 행사하는 공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국내 제도를 국제 통상 규범에 맞게 선진화하는 효과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와는 △기후변화 대응 △보건·방역 △디지털·그린 뉴딜 △첨단 기술 △다자주의 등 우선순위가 높은 5대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적 협력을 추진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미국의 탄소 중립 계획과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환경공단·에너지경제연구원과 미국의 세계자원연구소(WRI) 등 양국 연구 기관의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는 공동 임상 연구 체계를 구축하고 방역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한국판 뉴딜’과 관련한 공동 R&D 사업 발굴과 제3국 공동 진출 등도 추진한다. 상계관세·디지털세 등 한미 양자 간 주요 통상 이슈에 대해서는 미국 측과 선제 소통·대응해 마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신남방·신북방 등 신흥국과의 FTA도 본격 추진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에서 “필리핀·캄보디아·우즈베키스탄과의 FTA에 속도를 높여 신남방·신북방 국가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넓히고 중국·러시아와 진행 중인 서비스 투자 FTA,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등 태평양 동맹과의 협상을 가속화하겠다”며 “중견 국가로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서로 더 잘 이해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가교 국가’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신규 FTA를 추진하는 국가들은 거대한 시장, 풍부한 자원 등을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신규 FTA 체결로 FTA 네트워크를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까지 확대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지난해 11월 최종 서명한 RCEP 관련 절차는 상반기 중 마무리하고 문화 콘텐츠, 바이오 등 경쟁력 있는 국내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이미 추진한 FTA의 개선 협상 또한 진행하기로 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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